총선 전 '야당 심판론' 전환 가능성에 전전긍긍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더불어민주당의 '사법리스크'가 급변하는 정치 상황 속 다시 부상하는 모습이다. 당의 전·현직 대표는 물론 이전 정부 핵심 인물의 비위 혐의가 불거지며 총선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내에선 이들의 사법리스크를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대표,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으로 인해 장기간 사법 리스크에 매여 있다. 이들 사건은 앞서 수사 및 재판에 속도가 나지 않으며 잠시 묻혀있었는데, 최근 정치권 상황이 급변하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이 유력시되는 것과 관련, '검사 대 피의자' 구도가 부각되는 게 부담이다. 이르면 26일 당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될 예정인 한 전 장관은 정치권으로부터 그동안 이 대표 수사를 사실상 진두지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권에서는 그런 한 전 장관이 단숨에 이 대표의 카운터파트로 정계에 입문하게 되면, '정권 심판론'을 '야당 심판론'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서 이 대표의 사법적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한 전 장관이 이전 지도부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더 효과적으로 공략할 것이라는 기대도 느껴진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4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한 전 장관에 대해 "누구보다도 이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저는 한동훈 대 이재명의 맞장 대결을 계속 주문해 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송영길 전 대표의 구속은 민주당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표 당선을 위해 최대 20명에 달하는 의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송 전 대표의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서 돈봉투 수수 의원 특정 작업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금품 수수자로 지목된 의원들이 총선 직전에 줄소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사 대상 중 혹여나 공천 대상 포함될 경우 당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의 구속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송 전 대표는 현재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검찰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구속영장 효력에 따라 강제구인하거나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조치에 나설 수 있어 돈봉투 수사는 시간문제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2심 판결도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이다.
검찰은 2심에서 조 전 장관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2심 판결은 내년 2월 8일 이뤄지는데, 총선을 두 달밖에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1심과 같이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총선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을 둘러싼 전방위적 사법리스크에 당 안팎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민주당 인사는 "지금 당 지지율에 이들의 사법리스크가 녹아있어 당장 큰 낙폭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여당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거세게 공격해 올 텐데, 총선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