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역량 강화에 안전관리비용 등 포함 1.5조 투입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국민의힘과 정부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지원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의 재해 예방 역량을 키워나가기로 했다. 50인 미만 사업장 중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조치를 완비하지 못한 곳이 많고, 법 적용 시 다수 사업장이 존폐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당정은 27일 국회에서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관련 당정 협의'를 열고 이 같은 의견을 교환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당장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확대하는 경우 폐업 등 부작용이 클 수 있으므로 2년 동안 유예하되 80만개 회사에 충분히 지원하는 것이 중대재해도 줄이고 경제도 살리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당정은 재정건전성 유지 원칙을 지키며 내년에 총 1조2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중대재해 취약분야를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위해 내년도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내년 재정 1조2000억원에 제도 개편에 따른 안전관리비용 등 간접투입 효과를 합친 규모다.
유 정책위의장은 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고, 그 일환으로 정부는 컨설팅, 교육, 기술지도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했고 스마트 안전 장비 보급에 힘썼다"면서도 "그럼에도 현장에선 여전히 준비가 부족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와 정부의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상공회의소가 50인 미만 회원 업체 64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조치를 마쳤다고 답한 기업이 22.6%에 불과했던 점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며 "특히 중소기업 경우, 대표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담당하는, 이른바 1인 다(多)역을 소화하는 상황에서 대표가 구속되는 경우, 사실상 폐업에 이를 수 있다는 현실적 고충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정책위의장은 "이런 현장 상황을 외면하고 법을 시행하면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없고 수많은 중소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꺾고 범법자만 양성하는 심각한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며 "법의 목적과 취지가 사업주에 대한 처벌에 있지 않고 중대재해 예방에 있다고 할 때 중소기업들이 법 시행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 예방 역량 길러주는 것이 매우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50인 미만 기업 경우, 열악한 인력, 제정 여건 등으로 인해 준비되지 않은 이들 기업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면 기업뿐 아니라 일자리 축소로 근로자에게 피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당정은 중대재해에 취약한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안전보건관리 역량 확충과 작업환경 안전 개선을 지원하기로 했다. 관계 부처와 공공기관, 관련 협회, 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추진단을 구성하고, 5~49인 사업장 83만7000곳이 자체 안전진단을 하는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한다.
중대재해 위험도 등에 따라 중점 관리 사업장 8만여 곳을 선정하고, 안전관리를 위한 컨설팅·인력·장비 등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인력·예산 부족으로 자체 중대재해 예방 역량을 갖추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컨설팅을 확대하고, 외국인력 대상 안전교육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교육·인건비 지원 확대 등으로 안전보건 전문 인력을 2026년까지 총 2만명 양성하는 내용 등도 대책에 담았다. 정부는 내년 1분기에 사업을 조기 집행한 뒤, 내후년까지 지원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률이다.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대상으로는 지난해 1월27일 시행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내년 1월27일부터 적용 예정이다. 다만 소규모 사업체들은 법이 요구하는 사고 예방 조건을 모두 지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적용 유예를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