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24시간이 바쁜 직장인은 이직에 도전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당장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나에게 딱 맞는 이직 자리를 찾아보는 것부터 면접 스케줄 설정, 연봉 협상까지 다양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신입의 구직보다 훨씬 더 많은 체력을 소모하는 게 직장인의 이직이다.
이러한 수고를 절반으로 덜어주는 것이 헤드헌팅이다. 헤드헌터는 기업이 요구하는 가장 적합한 인재를 찾아 기업과 구직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채용을 도와준다. 그 과정에서 지원자 물색과 이력서 전달, 면접 일정 조율, 연봉 협상까지 크고 작은 일을 담당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헤드헌팅은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더 나은 인재를 찾기 위한 일종의 ‘투자’로 여겨진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의 헤드헌팅플랫폼 셜록N이 지난해 11월 국내 기업 인사 담당자 290명을 대상으로 ‘헤드헌팅을 통한 채용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인사 담당자의 과반수가 넘는 53.1%는 △채용 시 헤드헌팅을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추가적인 비용이 들더라도, 헤드헌터의 힘을 빌리는 게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채용에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한다지만 인사담당자들은 앞으로 헤드헌팅을 통한 이직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같은 조사에서 인사담당자들은 헤드헌팅을 통한 이직이 늘어날 것인가란 질문에 △대체로 늘어날 것(70%) △매우 늘어날 것(20.3%)이라 답했다. 90%가 넘는 인사 담당자가 헤드헌팅을 통한 이직이 증가할 것이라 내다본 것이다.
전망의 원인은 다양하다. 먼저 경력직 채용이 증가하면서 공개 채용이 아닌 비공개로 채용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때문에 지원자를 기다리기보다는 헤드헌터가 먼저 지원자를 찾아 나서는 게 순리가 됐다.
두번째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펜데믹 기간, 전 산업군이 언택트 기조로 전환되면서, IT 개발자의 몸값이 치솟았다. 한국 경제의 근간이 되는 반도체 업계의 인재 쟁탈전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을 계기로 배터리 업계 역시 인재 채용에 열을 내고 있다. 이들이 인재 쟁탈전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는 오직 하나, 시장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다. 인력이 곧 성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헤드헌팅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분명하다면 직장인들 역시 경력 관리를 위해 헤드헌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과거만 해도 대표나 임원급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헤드헌텅을 통한 채용이 실무진인 과장, 차장 심지어는 대리급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셜록N 설문 조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포착할 수 있다. 인사담당자들은 헤드헌팅을 통해 가장 많이 채용한 직급이 △‘과장(58.4%)’이라 답했다. △대리, △차장은 각각 13.6%로 과장의 뒤를 이어 많이 채용된 직급으로 꼽혔다. 과거 헤드헌팅의 주 수요층이라 여겨졌던 △임원급은 5.8%에 불과했다.
새해 목표가 ‘이직’인 직장인이라면, 헤드헌터에게 먼저 다가가보는 것이 성공적인 이직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과거 헤드헌터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면, 이직에 한 번 실패했더라도 꾸준한 연락을 통해 포트폴리오에 대한 조언이나 비공개 채용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방법이다.
헤드헌팅 플랫폼에 자신의 희망근무조건과 대표이력서를 업로드한 후, 보다 적극적으로 헤드헌터들을 만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최근 헤드헌팅 플랫폼은 기업과 서치펌에 이어 구직자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기회는 움직이는 자에게 주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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