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위축→월세 전환 확산→가격 상승 부채질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정부의 대출 규제가 기준점을 잡지 못한 채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전월세 시장에서도 대출 한도 축소 등 정책 변화 가능성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5주 연속,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전셋값은 각각 71주, 43주째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지난달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로 매수를 미루고 임대 시장에 머물러 있는 실수요자가 늘었고, 전세 매물 감소도 이어져 일부 선호 지역에선 오름폭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높아진 만큼 전세 수요 증가와 전셋값 상승 압박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정부가 서민들의 주택 자금 마련 창구인 디딤돌대출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뒤, 여론의 뭇매에 급히 잠정 유보에 나서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앞서 정부는 갭투자 방지를 위해 세입자들의 전세자금 대출도 면밀히 검토할 방침을 밝혔고,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은 제한하고 있다. 또한 전세 대출에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 중이다.
이 같은 정부 주도의 대출 규제와 일관성 없는 스트레스DSR 및 디딤돌대출 정책에 전세 대신 월세로 갈아타는 수요자가 늘고 월세 시세가 오르는 풍선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유주택자 주담대 제한과 전세 대출 가능액 축소, 금리 인하 등은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임대인(집주인) 입장에선 전세로 세입자를 받기가 까다로워지고 보증금 이자도 줄어 월세 또는 반전세를 선호하게 된다. 또한 임차인(세입자)도 대출 규제로 월세를 선택하게 될 수 있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수도권 아파트 월세지수는 각각 117.1, 118.9를 기록해 관련 통계가 발표된 2015년 12월 이후 나란히 역대 최고치까지 오른 상황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정책모기지와 대출 규제가 엇갈려 실수요자들은 매매·전세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전세대출에도 스트레스DSR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통해 전월세 시장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