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김건희 리스크 등 갈등 요인 그대로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충돌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충돌 요인으로 꼽히는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은 현재 진형형이다. 여기에 야당이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어 파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은 전날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며 '화해 모드'로 극적 전환했다. 이틀 동안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와 한 비대위원장의 공개 거부로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았지만, 80일도 안 남은 총선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데 따른 봉합으로 보인다. 실제 윤 대통령이 한 비대위원장의 화재 현장 방문 소식을 듣고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충돌의 원인이 됐던 '김경율 사천' 및 '김건희 명품백' 논란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갈등 재촉발의 뇌관이 남아있다.
우선 한 위원장은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는 등 명품백 수수 관련 사과 문제를 공론화한 김 비대위원의 거취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비대위원의 사퇴에 대한 질문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고 일축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김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한 입장이나 김 여사의 사과 필요성에 관한 질문에는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앞서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셈이다.
이번 사태로 드러난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은 한 비대위원장에게 새로운 부담으로 더해지게 됐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 아닌 '소통의 오해'라는 점을 부각하며 파장을 최소화하려고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공무원 정치 중립 위반 의혹을 제기하며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에 "제가 아는 한 대통령이 직접 당무 개입한 것은 없다"며 "(한 비대위원장에) 우려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아마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용호 의원 역시 "당정 간 논의를 하며 당의 요구사항을 행정관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고, 때로는 정부도 당에 얘기할 수 있다"며 "그 자체를 당무 개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적극 옹호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서천시장 만남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전례 없는 당무 개입, 또는 고위 공무원들의 국가공무원법에 위배되는 정치 개입·정치 중립 의무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이 모두 드러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SBS라디오에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공천 기준이나 공천된 인물에 대해 발언했거나 실제로 개입 행위가 있었다면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대통령의 당무 개입, 총선 개입은 확실하게 드러났다"며 "야당에서 탄핵 이야기까지 꺼낼 수 있는 명분이 만들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