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윤심 공천'으로 가나···한동훈 주도권 사수 '빨간불'
상태바
與 '윤심 공천'으로 가나···한동훈 주도권 사수 '빨간불'
  • 이태훈 기자
  • 승인 2024.02.05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훈 '복심' 김경율 불출마, 대통령실 판정승 평가
'양지' 몰린 용산 참모들···尹-韓 공천 주도권 '분수령'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서울 마포을 출마를 선언했던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돌연 불출마로 돌아섰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천(私薦)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김 비대위원을 감쌌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의외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윤심(尹心)이 한심(韓心)을 이겼다"는 해석까지 나오면서 한 비대위원장의 공천 주도권 사수에도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5일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김 비대위원은 전날 '총선 불출마 선언'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비대위원은 지난 4일 SNS를 통해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출마를 접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대항마로서 마포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지 18일 만이다.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가 의외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가 비대위 내에서 한 비대위원장의 '최고 복심'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에 대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보일 때도 제지하는 대신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사실상 김 비대위원 편에 섰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김 비대위원을 단상 위로 올려 그의 마포을 출마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한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로부터 '사천 지적'을 받으며 사퇴를 종용받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수습을 위해 김 비대위원의 사퇴나 불출마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한 비대위원장은 이 또한 수용하지 않았다.

한 비대위원장의 '엄호'를 받던 김 비대위원이 그럼에도 불출마를 결정하자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한 비대위원장과의 공천 주도권 줄다리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을 촉발시킨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며 대통령실의 공분을 산 김 비대위원이 결국 불출마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대통령실의 압력에 따른 결정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 출근길에 "저는 김 비대위원이 총선에 출마해서 이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면서도 "(불출마가) 본인의 확고한 결정이라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가 대통령실 요구에 따른 것 아니냐는 해석에는 "잘못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김 비대위원도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인 (불출마) 제안이나 압력은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압박이) 있었다면 저는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불출마 결정도 스스로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소위 보수정당의 양지에 몰린 대통령실 참모들의 공천 신청을 한 비대위원장이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공천 주도권의 향배가 갈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이 용산 참모 출신들에게 양지 공천을 헌납하는 모습을 보일 시 공천 주도권은 '윤심'에 있다고 비칠 수 있고, 이는 한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검사 출신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원모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은 서울 강남을에, 주진우 전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은 부산에서도 보수세가 강한 부산 해운대갑에, 강명구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은 경북 구미을에 각각 공천을 신청했다. 보수 정당 후보로 나설 경우 당선이 매우 유력한 지역구들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대통령실과 한 비대위원장이 공천으로 한번 부딪힌 이상 주도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라며 "한 비대위원장이 공천 주도권을 잃는 순간 리더십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로 한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실과의 갈등 부담을 덜게 됐고, 오히려 공천 주도권을 가져오게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비대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해석에 대해 "제가 처음에 의도했나, 안 했나와 관계 없이 그 의견에 동의하냐고 물으신다면 동의한다"고 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