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반도체·자동차 수출 등의 호조로 경상수지가 8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74억1000만달러(9조8553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5월 이후 8개월째 흑자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354억9000만달러)는 2022년(258억3000만달러)보다 37.4% 늘었다. 한은의 전망치(300억달러)보다도 50억달러 이상 많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서비스와 소득수지가 부진했지만, 상품수지가 크게 개선된 영향”이라며 “지난해 11∼12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됐고, 대중무역수지도 적자 폭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가격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와 동절기 에너지 수요 등 불확실한 요인이 있었는데, 전망 발표 이후 에너지 수입 가격이 상당히 안정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국제수지 확정·소급 편제 과정에서 지난해 1∼11월 경상수지도 상향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49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 국장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경기가 회복되면서 상품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나눠보면 상품수지(80억4000만달러)가 4월 이후 9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11월(68억8000만달러)과 비교해 흑자 폭도 커졌다.
수출(590억달러)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5.8% 늘었다. 앞서 10월 1년 2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 반등한 뒤 석 달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품목 중에서는 승용차(+19.2%)·반도체(+19.1%) 등이 많이 늘었고, 지역별로는 미국(+20.7%), 동남아(+15.4%)로의 수출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반대로 수입(509억7000만달러)은 9.3% 줄었다. 특히 에너지 수입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원자재 수입이 전년 같은 달보다 14.0% 감소했다. 원자재 중 가스‧석탄‧화학공업제품‧원유 수입액 감소율은 각 30.6%, 30.4%, 17.0%, 4.7%로 집계됐다.
반도체 제조장비(-24.4%)·반도체(-7.7%) 등 자본재 수입도 7.9% 줄었고, 곡물(-17.9%)·승용차(-3.1%) 등 소비재 수입 역시 5.8% 축소됐다.
상품수지와 달리 서비스수지는 25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1월(-22억1000만달러)과 비교해 적자 폭도 커졌다.
세부적으로는 일본인 방한 관광객 감소로 여행수지 적자(-13억4000만달러)가 11월(-12억8000만달러)보다 소폭 늘었다.
지적재산권수지의 경우 한 달 사이 2억4000만달러 흑자에서 2억5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특허권 사용료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반대로 11월에 1억2000만달러 적자였던 본원소득수지는 한 달 만에 24억6000만달러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 수입이 늘고 전월의 분기 배당 지급 효과가 사라져 배당소득수지가 22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