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 우려 불식했지만 세부 로드맵 비공개…추가 입증 필요 목소리
단통법 폐지와 엇박자 우려…마케팅 경쟁 과정서 비용 출혈 가능성도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22년 만에 ‘통신 4사 시대’를 열어젖힌 스테이지엑스가 “파격적인 요금제로 새로운 통신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수익 모델 확보 및 초기 자금 수급 등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스테이지엑스의 시장 안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제4이동통신사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는 최근 사업 전략과 함께 3년 내 매출 1조 원과 영업이익 흑자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달 31일 경매 절차 끝에 낙찰받은 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로 통신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2분기 내 법인 설립을 마친 후 내년 상반기 전국망 통신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후 28㎓ 기지국을 늘리고, 중·저대역 주파수도 추가 확보해 자체망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일단 가장 많이 제기돼 왔던 자금력에 대한 우려는 불식시킨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지엑스는 정부 금융지원 최대금액(약 4000억원)을 제외한 초기자본 4000억원을 확보한 상태로, 향후 20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와 1000억원대 추가 유상증자를 진행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네트워크 공동 이용(로밍)을 위한 코어망 구축에는 총 1827억원을 투입하며, 주파수 낙찰 금액(4301억원)의 경우 올해 10%를 납부한 뒤 차액은 5년간 분할 납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투자되는 금액은 총 5년간 6128억원이다. 이와 함께 모든 운영 과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비용 절감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28㎓ 전용 단말기 수급의 경우 북미에 이미 출시된 갤럭시 및 아이폰 28㎓ 지원 단말기를 국내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해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대만 제조업체인 폭스콘과는 스테이지엑스 전용 28㎓ 탑재 단말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5G 투자비용은 2018년 통신 3사의 5.5% 수준이며 절감한 재원은 연구개발(R&D)과 혁신 서비스 발굴에 쓰일 예정”이라며 “조만간 사업설명회를 열고 주주 구성과 역할 등에 대한 더 자세한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자금 조달 계획 및 규모, 주주 구성, 요금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아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풀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기초체력에 대한 추가 입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테이지엑스의 핵심 차별화 전략은 28㎓ 주파수를 활용한 ‘리얼 5G’ 서비스다. 해당 주파수의 강점인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특성을 살려 공연장, 병원, 학교, 공항 등 인구 밀집지역에서의 트래픽을 분산시킨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요금제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8㎓는 특성상 전파 도달 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해 고층 건물이 많고 밀도가 높은 국내에선 활용도를 높이기 어렵다. 때문에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보다는 기업간거래(B2B)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신 3사 및 알뜰폰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기지국을 더 촘촘하게 지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통신 3사의 28㎓ 할당 당시 의무 조건이었던 기지국 1만5000개의 약 40% 규모인 6000개로 28㎓ 대중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초기 자금 수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
특히 최근 정부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시장 경쟁 과열 가능성이 생긴 것도 변수다. 서 대표는 "스테이지엑스가 온라인 유통구조를 지향하는 만큼 불법 보조금 등을 온라인에서 투명·공정하게 제공한다면 소비자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업계는 현재로썬 자금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세한 통신 3사와 보조금 경쟁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동등한 상황에서 통신 3사와 제4이통 간 점유율 경쟁이 펼쳐진다는 것인데, 사업을 추진하면서 엇박을 낼 가능성이 높다”며 “자칫 수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통신 3사와 마케팅 경쟁을 펼치며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의 통신시장 정착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망 투자에 대한 모니터링과 함께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TF는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을 중심으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등 기관과 함께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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