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실패했다. 대형마트로 가는 소비자를 전통시장으로 유도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했으나, 규제의 효과로 예상했던 골목상권 활성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통시장의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논리에 치우쳐 유통의 최종 결정권자인 소비자의 입장을 간과한 것이 문제였다.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에 46.1%의 소비자들은 집근처 식자재 마트를 방문했고, 17.1%는 대형마트 영업일에 재방문한다고 답변했다. 온라인 거래한다는 응답은 15.1%, 전통시장에 방문한다는 응답은 11.5%에 불과했다. 대형마트로 가는 소비자들의 발을 묶으면 중소유통업체의 매출이 오를 수 있다는 단순한 계산은 이렇게 어긋나고 말았다.
문제는 소비자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골목상권의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의 지원정책으로 주차장이나 화장실 등의 시설은 일부 개선되었는지 몰라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 원산지 표시가 여전히 제대로 되지 않는다. 온라인장보기, 온라인배송도 여전히 되지 않는 곳이 많다. 이러다보니 전통시장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14.3%에서 2020년 9.5%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게다가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으로 대형마트 규제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다. 2017년 31.8%에 불과했던 온라인 유통시장의 점유율은 이제 50%를 넘어섰다. 플랫폼기반의 쇼핑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유통시장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안타깝게도 유통제도는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오프라인 중심에 머물러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연중무휴 24시간 쇼핑이 가능한데, 대형마트에만 규제가 지속되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유통업계에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형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줄고, 마트에 입점해있는 상인들, 납품하는 중소제조업체들, 농민들까지 어려움을 겪는 등 2차 피해도 심각하다. 마차산업을 보호하려는 적기조례가 영국의 자동차 산업을 후퇴시켰듯, 시대착오적인 규제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있는 것이다.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은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의무휴업제 하에서도 소비자들은 중소유통업체를 찾지 않았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골목상권이 자동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규제의 보호를 받은 소상공인들의 자생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유통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규제를 해소하고 경쟁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유통산업을 발전시키는 유일한 해법이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 상생관계라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정치권에서는 대형유통업체가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치부한다. 진단부터 잘못되다 보니 실패가 자명한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형유통업체가 들어선 이후 집객효과로 인근 중소상권이 활성화 되는 상생의 결과도 많다. 스타필드 위례 출점 이후 1년 만에 주변 상권매출이 6.3% 증가했는가 하면, 이마트 부평점이 문을 닫자 주변 상권도 덩달아 침체된 바 있다.
무엇보다 유통정책은 소비자의 관점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좋은 물건을 싸게, 편리하게 구입하기를 원한다. 유통업체의 크기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차이도 중요하지 않다. 즉, 제도 도입 시 경쟁효과에 따른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야 부작용 없이 유통시장의 발전을 도모하는 법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소비자들이 주말에 대형마트에서 마음껏 쇼핑할 권리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