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원석 기자] 산재해있는 현안문제에 어려움을 토로하던 제약업계가 큰 산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재시행된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대형 병원에 대한 과도한 특혜와 재정 절감효과가 미비하다는 판단으로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의약단체가 참여한 보험약가제도개선협회는 지난 14일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시장형 실거래가제 폐지하고 이를 대체하는 법령을 개정하는데 합의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병원 등 요양기관들이 국민건강보험적용 의약품을 정부가 고시한 보험가보다 싼 가격에 구입하면 그 차액의 70%를 인센티브로 받는 제도다. 이 제도는 지난 2010년 첫 도입됐으나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조치로 인한 제약업체의 타격 완화를 위해 일시 중단 됐다가 이달부터 재시행됐다.
그러나 이 제도가 재시행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대형병원들이 의약품 저가공급을 강요해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제약업계는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한국제약협회·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한국의약품도매협회 등 3개 단체가 지난 12일 청와대와 감사원 등에 대형병원의 의약품 저가공급 강요행위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제재, 시장형 실거래가제의 폐지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넣기도 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대부분의 국·공립병원을 비롯한 다수의 병원에서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고 2원, 5원, 10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의약품 공급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로인해 의약품의 건전한 유통질서가 붕괴되고 공정한 경쟁 기반이 저해돼 제약산업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으로 문제가 되자 보건복지부와 한국제약협회 등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 보험약가제도개선협의체를 만들어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의 폐지에 합의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의 해결이 대화를 통한 합의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보험약가제도개선협의체는 시장형 실거래가제의 폐지를 대체하는 대신 병원의 공개경쟁입찰 확대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실거래가를 상시 파악하고 저가 구매에 대한 인센티브를 간접 지원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맹호영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협의체 의견을 존중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등 법령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약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제약업체들의 경영상태가 상위 제약사 몇곳을 제외하고는 좋지 않았는데 희망이 생길 것 같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다시 시행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해 폐지돼야 마땅한 제도였다”며 “새로운 제도가 마련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하루빨리 대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제약협회는 업계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보험약가제도개선협의체 전체회의가 끝나자 곧바로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폐지를 적극 환영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제약협회는 “보험약가제도개선협의체가 대화를 통해 단일안을 도출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