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합의 불발에 '쟁점 법안' 표결도 취소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사실상 4·10 총선 전 마지막인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쟁점 사안들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선거구 획정' 처리를 위해 막판 조율에 나섰지만, 협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선거구획정위원회 원안이 야당 주도로 의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 의혹)'의 경우 선거구 획정 협상 난항 여파로 재의결 대상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내일 쌍특검 표결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의총 시작 바로 직전에 민주당이 선거구 획정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지금 쌍특검 표결을 안 하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슨 이런 정치가 있나.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라며 "지금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을 이렇게 오래 끈 사례가 우리 국회 역사상 없다"고 비판했다.
당초 여야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을 재표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에 대해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앞서 야당은 지난해 12월 28일 본회의에서 여당 불참 속에 쌍특검법을 의결했다. 정부는 쌍특검이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20분 만에 브리핑을 열며, 해당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쌍특검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자마자 즉각 거부권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이 가족 비리가 포함된 쌍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 간 대립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 청구 검토를 꺼내 들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표가 필요한 만큼 야당만으로 재의결이 어렵다. 때문에 민주당은 여당 내 이탈표를 고려해 국민의힘 공천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재표결을 미뤄왔다. 다만 여당이 당내 이탈을 우려해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등 공천 관련 발표를 늦추고 있어 부결될 가능성도 거론돼 왔다. 여기에 민주당에서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이 이어지는 것도 변수 중 하나로 지적됐다. 이번 재표결 불발로 해당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은 다음으로 미뤄지게 됐다.
쌍특검법 재의결 불발 여파에 여야 간 선거구 획정 협상도 공회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구 협상과 관련해 "우리 당은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비례대표 1석을 양보해서 민주당이 지금 전북이 1석 감석된 것을 채워주고, 그동안 여야 정개특위에서 합의해 둔 특례 지역 4곳만이라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며 "그런데 민주당이 그 외에 부산 추가 조정을 또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부산의 추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다시 획정위안대로 하겠다고 협상을 파기하고 나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여야는 각 당의 텃밭 의석수를 놓고 의견차를 보여왔다. 민주당은 전북을 1석 줄이는 대신 부산에서 1석 줄일 것을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이 이를 거부하면서 획정위 원안 수용 입장으로 선회했다. 앞서 선거구 획정위는 지난해 12월 서울·전북 지역은 각각 1개 선거구를 줄이고, 인천·경기는 1개씩 늘리는 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다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획정위 원안을 처리할 확률이 높아졌다. 이 경우 강원과 경기 등지에서 주민들의 생활·문화권을 무시한 '공룡 선거구'가 탄생한다. 인구 상·하한에 맞춰 만든 원안은 지역구가 넓어질수록 주민들의 지역 정서를 반영하기 힘들고 지역 갈등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여야가 '특례'를 적용해 기존 지역구를 유지하기로 한 잠정 합의도 흔들리면서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과 후보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