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이나 매뉴얼 등 성과급 관련된 제도 명확화로 노조 납득시켜야"
매일일보 = 신영욱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 1차 조정회의에서도 합의점 도달에 실패하며, 사상 첫 파업의 현실화에 이목이 쏠린다. 대표교섭권을 가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교섭과 함께 단체 행동을 위한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시위에 필요한 차량 준비와 사업장 집회는 물론 대외 집회까지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 한파를 겪고 올해 회복에 나서야 하는 삼성전자인 만큼 이 같은 노사 갈등에 따른 부담이 상당할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오는 7일 오전 10시 중노위 2차 조정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2차 조정회의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조정중지가 결정될 경우 노조 측은 법적으로 쟁의가 가능해진다. 3차 회의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2차 회의에서 조정중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전삼노는 조정회의에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단체 행동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업장 집회는 물론 서초사옥, 이태원, 타워팰리스, 신라호텔 등에서의 연대 단위 대외 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해당 장소들의 선정 이유를 살펴보면 서초사옥은 사업지원TF(사지TF) 수장이 근무한다.
이태원의 경우 이재용 회장의 자택이 위치하고 있으며 타워팰리스에는 정현호 부회장이 거주한다. 신라호텔의 경우 국내 유명인들의 이용이 잦은 만큼 이곳에서 내는 목소리가 갖는 힘이 보다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전삼노는 이를 위해 장충체육관 사거리 쪽에 집회 신고를 진행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이례적일 정도의 실적 부진이 발생한 삼성전자인 만큼 올해 실적 회복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특히 AI반도체 등 외부 경쟁 구도 역시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기인 만큼 역량을 온전히 시장 경쟁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내부 문제의 발생이 주는 부담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실제 단체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부담감이 증폭된다. 심한 경우에는 생산 등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또 국내 최고라 칭해지는 삼성에서 발생하는 노사 갈등인 만큼 진행에 따라서는 다른 기업의 노사 관계에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 등에 많이 사용되는 표현 중 하나로 '원팀'이 있다"며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구성원들이 한 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집중하는 마인드셋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사 갈등이 발생하면 아무래도 내부 분위기 등에 영향이 가기 때문에 결속력에도 긍정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 경영에 있어 노사 관계는 빼놓기 어려운 부분이고 글로벌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정말 우리나라처럼 노사 분규가 많은 국가도 없다"며 "노사 분규를 피할 수 없는 산업 구조이기 때문에 삼성이 이번 경험을 통해 이런 것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예를 들어 어떤 시스템이나 매뉴얼 성과급과 관련된 것들을 더 명확하게 설정을 해서 노조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는 "그동안 엄청난 성과급을 받아왔던 삼성에서 왜 이번과 같은 성과급 문제가 생겼는지 등에 대한 자성도 필요할 것 같다"며 "삼성은 그동안 축적된 노사관계 등이 적기 때문에 일종의 성장통과 같이 이를 학습하는 기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