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비트코인 가격도 파죽지세...긴축 종료 기대 반영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고금리 속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과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이 최고가를 찍으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모든 자산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안전자산 가격이 오르면 위험자산 가격은 내려가는데 금과 비트코인이 이례적으로 동반 상승하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올 들어 미국과 일본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으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지난 22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증시 호황에 힘입어 일본 증시도 파죽지세다. 지난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넘어섰고, 4만5000선 돌파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1월 주춤했던 코스피지수는 기업 밸류업 정책 기대감에 2년 만에 2700선을 돌파했다.
금값도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현물 가격이 장중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2200달러(약 293만원)를 돌파하며 강세를 보였다. 이달 초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금 선물값 역시 선물 거래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22일 기준 4월물 금 가격은 전일 대비 25달러 하락한 2160달러에 마감했다.
국내 금값도 마찬가지로 지난 21일 기준 한국금거래소(KRX)에서 그램당 9만3884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이는 한 돈짜리 돌 반지 가격이 35만 원을 넘은 셈이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25일 기준 국내 금 시세는 매입기준(3.75g) 39만8000원이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도 원화 기준 1억원을 돌파하며 파죽지세다. 최근 비트코인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다음달로 예상되는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 포모(FOMO·나만 소외된다는 두려움) 심리 등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폭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모든 자산 가격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과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도 영향을 미쳤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주도의 통화정책 긴축 종료, 향후 완화 기대를 반영해온 금 가격이 온스당 2200달러에 근접했다"며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구간에서 강세 사이클(Bull Cycle)을 띄는 금 가격 상승세는 이제 본격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