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 상황에서 반도체 착시라는 지적도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총선 직전 우리 국민의 경제 심리가 32개월 만에 가장 긍정적인 수준으로 측정됐다는 한국은행 통계 자료가 나왔다.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고 수출이 증가한 점이 경제 심리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농산물 가격 상승 등에 따라 생활물가 부담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뉴스심리지수(NSI)는 지난 8일 기준 115.6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1년 8월 21일(115.9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지난해 말 96.21에 그치며 100선을 밑돌았지만 올해 들어 추세적 상승을 통해 이달 3일 117.29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지난 2022년 1월 개발해 매주 화요일 실험적 통계로 공표해온 뉴스심리지수는 경제 분야 언론 기사에 나타난 경제 심리를 지수화한 것이다.
기사에서 표본 문장을 추출한 뒤 각 문장에 있는 긍정, 부정, 중립의 감성을 기계학습으로 분류하고, 긍정과 부정 문장 수의 차이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지수를 만든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경제 심리가 과거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뉴스심리지수는 주요 경제지표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지수 상승에 대해 “반도체 업황이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덕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2012년 6월 이후 11년 8개월 만에, 반도체 수출금액지수는 2017년 12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각각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경상수지는 68억6000만달러 흑자로,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다만, 뉴스심리지수가 일반 국민의 체감 경기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두 달째 3%대를 기록한 가운데 고질적인 내수 부진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반도체 활황에 따른 일종의 착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IT(정보기술) 부문을 제외한 경제성장률은 1.6%정도로 낮아졌다”면서 “내수가 낮아진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11월 전망과 비교해보면 올해 민간소비 전망치가 1.9%에서 1.6%로 하향 조정되는 등 내수 부진이 전체 성장률을 0.1%포인트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면서 “다만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와 반도체 회복에 따른 수출개선이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여 전체 성장률 전망치는 상쇄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