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200석' 위기감에 '샤이 보수' 막판 결집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4·10 총선에서 부산 전체 18석 의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석만 얻는 데 그쳤다. 당초 전국적으로 높은 정권 심판 여론으로 최대 9석이 야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막판 국민의힘의 '범야권 200석 저지' 호소가 효과를 보이며 보수층을 결집시켰다는 분석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부산 지역 여론조사는 민주당 후보의 대약진이 예상됐다. 지역구마다 민주당 후보들이 국민의힘 후보들과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당선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부산의 '강남'으로 '보수 안전지대'로 꼽힌 해운대·수영·남구 '해안벨트'가 흔들리면서 국민의힘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이른바 '막말 논란'으로 국민의힘 공천이 취소됐던 장예찬 후보의 무소속 출마로 3자 대결이 성사된 수영구에서는 보수 표심의 분산으로 유동철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다. 해운대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가 홍순헌 민주당 후보에 고전했다.
연제에서는 김희정 국민의힘 후보가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나선 노정현 진보당 후보에 두 자릿수 넘게 뒤지는 여론조사가 연이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막판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접어들고 보수층의 결집이 이뤄지면서 상황은 급반전한 것으로 보인다. '범야권 200석'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며 보수층을 크게 자극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앞서 지난 2020년 코로나19 정국에서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도 당시 부산 민주당 후보들 상당수가 40% 이상의 득표를 했음에도 막판 '샤이 보수' 대결집으로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부산 내 5석을 얻었다. 이번 22대 총선에선 남은 3개 의석 가운데 2석마저 국민의힘에 빼앗긴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부산을 방문해 보수 위기를 자극했던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부산 영도구 남항시장 유세에서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이 200석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법에 있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겠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지금과 완전히 다른 나라로 만들 건가"라며 지지층 결집을 강조했다.
사전투표일인 지난 6일에도 다시 부산을 찾아 "투표장에 가 달라. 주변을 설득해 달라"며 "상대도 결집하고 있다. 이럴 때 결국 이런 승부는 답이 결국 하나다. 누가 더 많이 나가느냐"라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실제 국민의힘의 '범야권 200석 저지' 호소는 투표 결과로 입증됐다. 수영에서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와 장예찬 무소속 의원으로 분산됐던 보수 표심이 막판 정 후보로 결집하면서 10%p 차이로 정 후보가 유동철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진보당의 돌풍에 놀란 연제에서도 경선에서 패한 뒤 잠행을 이어오던 현역 이주환 의원까지 가세하며 화력을 집중했다. 이 의원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내란 음모죄로 해산된 종북 추종 세력', '반국가 세력', '북한의 주장과 다름없는 주장을 한다'는 등의 '색깔론'까지 꺼내 들며 보수 지지층 결집을 이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