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앙은행 매집에 중동 리스크 더해져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 매집량을 늘리며 금값이 치솟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공격, 중동 지역 화약고가 터지며 향후 금값은 더 오를 전망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1㎏ 금 현물(1g당)은 전 거래일인 12일 10만638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오전 한 때 전 거래일보다 1980원(1.86%) 오른 10만8360원에 거래됐다. 국제시장에서도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9% 오른 2377.09(한화 약 329만원)달러를 기록하며 최고가를 찍었다. 올해 들어서만 금 현물가격의 상승률은 15%다.
전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꾸준한 금 매집이 금 가격 상승 주요 배경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 달러화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낮추기 위해 안전 자산인 금을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1037톤 규모의 금을 사들였다. 글로벌 금 수요의 약 20% 정도다.
이 중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해 225톤을 매입해 가장 많은 매집 규모를 보였다. 2위인 폴란드(130톤)가 매집한 양의 2배에 육박한다. 인도 중앙은행은 9개월째 금 매수에 나섰고 러시아와 폴란드, 튀르키예 등도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로젠버그(로젠버그 리서치의 대표)는 금값이 향후 현재 수준보다 30% 높은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이란 분쟁이 고조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고 있는 점도 금값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투자 자금이 이미 금, 미 달러화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플러리미 웰스의 패트릭 암스트롱 최고 투자책임자는 “이러한 순간 투자자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은 안전한 자산을 찾는 것”이라며 “향후 반응은 이스라엘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스라엘이 사태를 확대하지 않는다면 위험자산이 싸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브렌트유는 올해 들어 이미 20% 가까이 상승해 배럴당 90달러를 웃돌고 있다. 중동 분쟁이 아직 석유 생산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 않지만 중동 전쟁으로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은 분쟁이 확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