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환손실 상승 우려에 이틀간 5395억원 팔아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고환율 행보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짐을 싸고 있다.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환율 고공행진이 예고되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셀코리아’ 공포가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15~16일 2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 15일 2554억원 팔았던 외인들은 16일에도 2841억원을 순매도했다. 이틀간 총 5395억원을 매도한 것. 외인들은 해당 기간 동안 7조20억원을 매수한 반면 7조5604억원을 팔았다. 지난 2일과 11일 각각 1조원 넘게 사들인 것과 비교하면 10여일만에 상반된 행보다.
증권가는 외인들의 매도세에 대해 여러 요인 중에서 ‘환율’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 약세로 인해 외인들의 환손실이 상승, 매도 압력을 높이기 때문.
16일 원달러 환율은 1394.5원으로 마감, 전일 대비 10.5원 급등했다. 해당 수치는 17개월만의 최고치다. 다행히 17일 1386.8원으로 환율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1400원에 임박한 강달러 기조로 인해서 외인들이 느끼는 국내 증시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재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에 따라 외인들의 자금 이탈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환율 급등세가 일단 멈췄지만 외인들의 국내 증시의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면서 ‘중동리스크’까지 발발한 것.
해당 리스크 발발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 Fed)의 통화정책 전환 역시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졌다. 기준금리 인하가 에상보다 더 늦어진다면 강달러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오는 4분기에나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고려할 것으로 판단한다. 이 경우 연말까지 강달러 기조가 지속, 환손실을 우려한 외인들의 매도세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급락의 본질은 원달러 환율의 약세”라며 “향후 환율 방향에 따라 증시불안 또는 반등 동력을 찾아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다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강달러 기조에 이어 중동리스크까지 국내 증시 위험회피 요인이 추가됐다”며 “올해 상반기 내에는 전체적인 환율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강달러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예상대로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춘다면 국내 실물 경제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 국내 물가 상승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유통업계에서는 당장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롯데·신세계면세점 등 면세업계는 17일부터 ‘환율 보상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식품업계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제품 가격 상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측은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각각 10%씩 상승했을 때 국내 기업들의 원가는 2.82% 상승한다”며 “기업들의 여러 판단에 따라 원가 상승을 반드시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강달러 기조는 분명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