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소속 의원, 의정 갈등에 간호사법 발의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좌초된 법안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재추진에 나서고 있다. '1호 거부권'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것이 그 시작이다. 총선 압승으로 민심을 확인한 만큼 본격 입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다만 간호법의 경우 여당 소속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4·10 총선 압승 이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과 관련해 재입법을 예고했다. 총선 압승을 통해 민심을 확인, 명분을 확보했다는 판단이다. 시작은 윤 대통령의 1호 거부권 법안인 양곡법이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고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산물 가격 안정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직회부에 반대, 회의에 불참했다.
앞서 양곡법은 민주당의 단독 처리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되돌아온 바 있다. 양곡법은 쌀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전량 매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날 처리된 새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은 지난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폐기된 양곡관리법을 대체하기 위해 입안됐다. 이 법안은 지난 2월 야당 주도로 전체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다. 국회법에 따라 법사위에서 특정 법안 심사가 60일간 논의 없이 계류되면 해당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민주당은 양곡법을 시작으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해 재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1대 국회에서도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단독으로 의결 정족수(151명)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총선에서 정권 심판 민심을 확인한 만큼 5월 국회 초반에 특검법을 의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야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김건희 특검법' 등 재발의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에 대해서는 여당 소속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재발의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총선 전인 지난달 28일 새로운 간호법인 '간호사법'을 발의했다. 간호사,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업무 범위를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 법안은 윤석열 정권과 여당이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료 파업 문제로 갈등을 빚는 가운데 발의됐다. 의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부당하게 간호사가 현행 간호법상 규정된 업무 범위를 넘어서 일하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민주당 간호법에 담긴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조항에서 의료계 반대가 컸던 '지역사회'를 제외한 것이 다른 점이다.
같은 당 최연숙 의원도 총선 이후인 지난 19일 간호사 자격과 업무 범위 등을 규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간호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윤 대통령이 거부 이유로 들었던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과 관련해 의사단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항이 보완됐다. 최 의원의 경우 간호법을 부결시키기로 한 당론에 반대해 찬성표를 던지는 등 소신을 지켜왔다. 지난해 11월 고영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간호법에도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尹 거부권 법안' 재추진과 관련해 여야 간 갈등이 예고되는 상황에서도 간호법은 여야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면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역시 의정 갈등 상황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쟁점이 적은 간호법 등에 대해서는 협조할 여지가 있다. 실제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의정 갈등이 격화되자 간호법 재추진 가능성도 열어 두겠다고 밝히는 등 긍정 신호를 내비쳤다. 다만 의정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해당 법안에 대한 의사단체 반응에 따라 정부 입장이 변화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