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이채양명주, 눈감고 지나칠 수 없어"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 의제와 관련해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수용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4‧10 총선 압승과 윤 대통령이 이전의 태도를 바꿔 영수회담을 제안한 만큼 차제에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을 만나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며 "대통령실과 정부, 국회가 함께 변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변화를 두려워해서도, 주저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과 정부에 민감한 사안들이 이번 영수회담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의 분노와 정권 심판의 구체적 사안은 '이채양명주'"라며 "5개 사안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국민이 다 안다. 이 사안은 영수회담에서 눈 감은 채 지나칠 수 없다”고 했다.
'이채양명주'는 이태원 참사, 해병대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양평고속도로 의혹,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을 의미한다. 사실상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겨냥하는 핵심 의제들이다.
박찬대 최고위원 역시 "채상병 특검 수용은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받들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공정과 상식을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채상병 특검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거듭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 대표가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만큼 '채상병‧김건희' 두 특검법은 영수회담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해 10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려진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민주당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6개 야당이 한목소리로 내달 2일 본회의에 처리를 공언한 상태다.
'채상병 특검법'이 야권 주도로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총선 직후부터 여권 내에서도 채상병 특검법은 찬성할 수 있다는 전향적 입장이 여러 차례 나온 만큼 윤 대통령 입장에선 무조건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민생과 무관한 특검법이 집중 부각될 경우 영수회담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오히려 민주당이 협치 판을 깼다는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친이재명계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은 "대통령에게 정치적 명분만 주고 오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분도 계시지만 영수회담 이후에도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고 지금처럼 한다면 그 다음은 정치적 해결이 아닌 법적 해결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정치적 명분은 총선에 압도적으로 승리한 민주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도 민주당 지원 사격에 나서며 특검법의 영수회담 의제화에 힘을 실었다. 조국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4월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에 따라 실천해야 하는 최소 열 가지 사항'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김건희 특검법과 이태원 특별법,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간호법, 방송3법 등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법안이 재발의 되면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상병 특검법' 역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