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결과에 당정 관계 재정립 가능성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 중인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의 원흉 중 하나로 꼽히는 지도부 선출 규정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현재 여당은 '당원투표 100%'로 지도부를 뽑는데, 보수층 의중만으로 뽑다 보니 전체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는 만큼 지도부의 친윤석열(친윤)계 색채도 옅어질 것으로 보여 전당대회 룰 변경이 당정 관계 재정립의 신호탄이 될 거란 분석도 나온다.
23일 여권에 따르면 총선 참패로 지도부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국민의힘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새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를 열기로 총의를 모았다. 조만간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지명하면 전당대회 준비에 속도가 날 전망이다.
총선 패배 후 당이 조기 전당대회 수순을 밟자, 내부에서는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은 현재 100% 당원투표로 지도부를 선출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개정됐다. 그전까지는 '당원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방식이었다.
변경을 주장하는 이들은 현 지도부 선출 규정이 전체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문제를 제기한다. 지도부 선출에 보수층만 관여하다 보니,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민심을 당에 전혀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수도권 당선자, 비윤계, 원외 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데, 최소 7대3에서 많게는 5대5 비율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행 룰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당 대표는 당원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원들만 선거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친윤계와 영남권 의원 다수가 이러한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도 적극 거드는 상황이다.
다만 '당원투표 100%'의 현행 룰을 유지한 채 새 지도부를 뽑는다면 대통령실과의 과도한 수직관계가 개선되긴 어려울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원들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일반 여론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들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가까운 당 대표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윤심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고, 당선 후에도 용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전당대회에서 대중 인지도가 낮았던 김기현 전 대표가 윤심을 등에 업어 당선됐다. 최고위원들도 친윤 일색이었다.
관련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우리 당이 무너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전당대회로 뽑힌 당 대표를 대통령의 지시로 내쫓은 것과 당심 100%로 전당대회 룰을 급조해 대통령의 사당으로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심이 곧 민심'이라는 희대의 망발로 국민의힘을 '용산의 힘'으로 사당화했다"며 "그 결과 우리는 또다시 기록적인 (총선) 패배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당대회 룰 변경 여부가 당정 관계의 중요 분수령이 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이 높아질 시 소위 비윤계로 불리는 인사들의 지도부 입성 가능성도 높아질 거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윤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당 대표 후보군으론 나경원 동작을 당선자와 안철수·윤상현 의원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