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19.1%↑…사과 80.8%, 배 102.9%↑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2%로 떨어졌다. 고물가에 영향을 미쳤던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폭이 축소되면서다. 다만 사과, 배 등 과일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석유류의 가격 상승 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할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저장량과 출하량이 적은 탓에 당분간 상승률이 높게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100)로 1년 전보다 2.9% 상승했다. 전월과 비교해선 변동이 없었다. 이번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 영향으로 석 달 만에 다시 2%대로 재진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 3%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 지난 1월 2.8%로 2%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2월(3.1%), 3월(3.1%) 각각 3%대를 유지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폭이 줄어든 것이 전체 상승률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10.6%로 전월 상승폭(11.7%)에 비해 1%포인트(p) 이상 낮았다. 농축수산물은 정부 물가 관리와 날씨가 좋아지면서 작황이 개선된 부분이 있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다만 품목별로 보면 일부 농산물 가격은 여전히 강세다. 농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20.3%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0.76%p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사과 가격이 80.8%, 배가 102.9% 뛰었다. 이를 포함한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10.6%다. 전월 대비해서는 2.4% 내렸다. 최근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달 초부터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은 "가격 할인이 지원되고 있지만 저장량과 출하량이 굉장히 적기 때문에 가격이 많이 떨어지긴 어려운 구조"라며 "사과와 배는 새로 공급되기까지 상승률이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월부터 오름세로 전환한 석유류 가격도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3% 상승했다. 석유류는 지난해 1월 4.1%에서 같은 해 2월 -1.7%를 기록한 뒤 계속 마이너스(-)를 유지하다가 지난달(1.2%) 상승 전환했다. 다만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0.05%p에 그쳤다. 통계청은 "중동 정세가 불안해 석유류 가격을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오르지 않았다"며 "안정 추세라 다행이기는 하지만 변동이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2.2%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주로 활용하는 방식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각각 2.3% 상승했다.
체감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신선식품지수는 19.1% 올랐다. 신선식품지수 중 신선과실이 1년 전보다 38.7%, 신선채소는 12.9%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 4.5%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올해 1월 3.4%까지 내려간 이후 3%대 중반을 웃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