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일각, 최대 5조원 규모 분담은 부담...형평성 어긋나 불만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은행 등 업계와 20일부터 매주 실무회의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다만 최대 5조원 규모로 조달되는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의 분담과 관련해 업계의 볼멘소리도 함께 나온다.
19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및 5대 보험사(삼성·한화생명, 메리츠·삼성·DB손해보험) 등과 부실 부동산 PF 구조조정을 위한 신디케이트론 조성 실무회의를 이번주를 시작으로 매주 이어 나간다. 금융당국·은행·보험사 등은 이미 지난주 14일 관련 첫 실무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신디케이트론은 지난 13일 금감원이 발표한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정책 중 하나다. 금융회사 10곳이 1조원 규모로 조성해 PF 경·공매 매입자금 등으로 사용하게 된다. 당국은 필요할 경우 신디케이트론의 규모를 최대 5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매주 회의를 거듭하며 금융회사별로 신디케이트론 참여 규모와 사업성 평가 방식, 수요예측, 자금 투입 구조 등 구체적인 구성계획과 절차 등 세부사항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장 다음 달부터 사업성 평가가 이뤄지고 그에 따라 매물 대상들이 나올 수 있다”며 “(매물로 나오는) 사업장들을 신디케이트론이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 구조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6월부터 새로운 PF 사업장 평가 등급(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이 시작되며 매물 대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중앙회나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을 통해 경·공매 물건이 통보될 경우 10곳 금융회사 중 누가 사업성 평가를 하게 될지, 자금 투입을 위한 결의 요건을 넣을지, 의사소통 체계는 어떻게 가져갈지 등 세부 사항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첫 실무회의에서는 공동대출의 분담 비중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시장은 대체로 은행권이 80%, 보험업권이 20%를 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회의 참석자는 “신디케이트론 1조원 중 은행권이 자금의 80%, 보험업권이 20%를 댈 것 같다"며 "정해진 건 아니지만 업권 내에서는 균등하게 나눠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금융회사들이 분류해놓은 등급을 점검·평가한다. 금융회사들은 다음 달부터 금융당국이 제시한 새 PF 사업성 평가 기준(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에 따라 각 사업장의 등급을 메길 예정이다. 금감원 모범규준을 보면 당국의 최초 평가는 ‘연체 사업장’ 또는 ‘만기를 3회 이상 연장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최초 평가 대상 사업장 규모는 전체의 25~30%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초 평가 대상이 연체나 3회 이상 만기를 연장한 사업장이다 보니 ‘유의’나 ‘부실우려’ 등급을 받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정부 조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부동산 PF에서 비롯된 위기 상황은 맞지만 유동성 여력이 있다는 이유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는 점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또 당국이 제시할 인센티브도 짊어질 리스크에 비하면 매력이 크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