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기 불황과 소비패턴 변화가 변수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한‧중‧일 정상회담 이후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의 경기불황 장기화와 여행 패턴 변화로 예전과 같은 수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3월 방한한 중국 관광객은 101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3.9% 늘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회복률은 아직 76.1%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사실상 전면 허용하며 유커(중국 단체관광객)가 한국을 찾을 수 있게 됐지만, 그간 양국 항공 노선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해 중국 관광객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중국은 내달 중 8년 만에 자유무역협정(이하 FTA) 2단계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은 문화와 관광, 법률 분야 등에서까지 개방과 교류를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13년째 중단됐던 한중 투자 협력위원회도 재가동될 예정이다.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4년 5개월 만에 진행됐다.
이러한 화해 분위기에 중국이 한류 금지령, 이른바 한한령을 해제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유통가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유커 의존도가 높은 면세업계가 가장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면세업계는 올해 1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의 90%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실적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국내 면세점은 유커와 따이궁(보따리상) 의존도가 높은데, 이들의 매출 비중이 축소된 영향이 가장 크다.
이전처럼 유커의 한국 방문이 늘어도 현재 고환율로 면세 가격 경쟁력은 떨어진 상황에서 중국 장기 불황과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패턴이 쇼핑 중심에서 순수 관광 목적으로 변해 더 이상 유커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자 상대적으로 유커 비중이 면세점보다 낮고 다양한 국적의 투숙객이 찾는 호텔 사업은 호황을 맞았다.
코로나19 이전 롯데와 신라는 면세사업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지만, 최근 몇 년간 호텔 사업 매출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롯데와 신라는 부산과 제주 등에 신규 호텔을 오픈하는 등 호텔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업계도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2017년부터 사드 보복과 자국 브랜드 선호 성향이 강해지며 실적이 급감했다. 이후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유럽, 일본 시장을 공략해 시장 다각화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해외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채널과 기업들은 중국 직진출 후 철수하는 등 뼈아픈 경험을 해 리스크가 큰 시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의 화해 분위기로 업계 전반적으로 기대감이 고조된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처럼 중국 시장에만 전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좌우명 : 하루를 살아도 감사하고 행복하며 풍요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