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형 관광에서 체험형으로 트렌드 탈바꿈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트렌드가 싹쓸이 쇼핑에서 체험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면세업계가 고전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면세업계 대표 4사(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1분기 실적은 일제히 감소했다. 대형 면세점은 비상 경영에 들어갔고, 중소·중견면세점들 또한 시내면세점 규모 축소에 나섰다.
이 같은 변화는 외국인 관광객은 다시 돌아왔지만, 면세점 실적을 좌우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회복세가 더디기 때문이다. 아울러 관광객들이 한국을 즐기는 방식 또한 쇼핑에서 K-문화, 음식 체험형으로 바뀌었고, 일반 상점에서도 텍스 리펀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는 관광객이 줄었다.
반면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한국 관광 필수 코스로 꼽힌 다이소, 편의점, 올리브영 등은 외국인 매출이 급증했다. 다이소의 외국인 매출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2년에도 300%가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도 130% 늘었다. 올리브영은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2022년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710% 늘어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엔 660% 상승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340만3000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분기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3월 국내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 수도 74만명으로 전년 동기(31만명) 대비 약 2.4배 늘었지만 면세점 매출액은 9326억원으로 오히려 9%가 줄어 확연한 트렌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롯데면세점의 1분기 영업손실은 28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358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1분기 5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영업이익이 72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7.1% 줄어들었다. 호텔신라의 면세점 부문 또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7% 급감한 59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상황이 악화하자 대기업 면세점들은 시내 면세점 규모를 줄이거나 공간을 탈바꿈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고, 신세계는 시내 면세점 영업을 종료한 자리에 미식 공간을 열었다. 신라면세점 역시 면세점보다 호텔 부문에 집중하면서 레저형 호텔 신라스테이 플러스를 론칭하는 등 변화를 예고했다.
중소·중견면세점의 상황은 더 어렵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시내면세점을 운영하는 중소·중견면세점은 8곳이었지만 현재 중소·중견면세점은 동화면세점(서울), 그랜드면세점(대구), 부산면세점(부산), 진산면세점(울산) 등 4곳만 남았다.
고환율 장기화도 면세점에는 악재다. 중국 경기 침체로 관광객의 소비가 줄어든 상황에서 고환율이 지속되며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매출 또한 고환율의 영향으로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한국과 중국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논의를 8년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한중 FTA 문화 개방이 관광·면세 업황을 개선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한중 양국은 그동안 추진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개방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중국인 관광객 유입 성수기가 7~10월인만큼 2분기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 입국도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후 유커가 돌아오기를 바랐지만, 그 사이에 중국 관광객의 수준도 많이 변했다. 단체 관광보다는 개별 관광이 훨씬 많이 늘어났다”며 “유커와 다이궁에 의존하던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외국인 관광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면세업계 전체가 한단계 발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