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기준과 상생‧승계 개편…세부 개선도 기대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중소기업이 ‘연결’을 바탕으로 경제 회복의 선봉장으로 부상했다. 단순 개별 기업의 역량을 넘어 생태계 전반의 혁신을 꾀한다.
25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중소기업 정책의 핵심 키워드를 ‘연결’로 설정했다. 그간 중소기업계에서 꾸준히 제기한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결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했다는 평가다. 연결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생태계를 강화할 뿐 아니라, 넓게는 국내 경제 회복까지 꾀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수의 99%, 고용의 81%, 부가가치의 65%를 담당하고 있는 경제의 핵심이다.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대기업을 넘어서는 등 혁신 기반도 갖췄다. 단일 기업으로는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지만, 공급망 전체로 봤을 때 중소기업의 경제 기여도는 높은 상황이다. 잠재력을 가진 기업의 수가 많은 만큼, 성장가능성도 높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도약 전략’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의 △혁신성장 △지속성장 △함께성장 △글로벌 도약 △똑똑한 지원 등 5대 전략을 기반으로 중장기 중소기업 정책 방향을 담았다. 미래 대비 선제적 대응, 신산업 진출 가속화 등을 위한 5대 전략, 17개 추진과제를 마련했다.
해당 대책에는 중소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포함됐다. 우선 중소기업 기준을 개편한다. 중소기업 기준은 5년 마다 재설정된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이후 10여년간 조정이 없었다. 중소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요건 충족은 더욱 어려워진 실정이다. 인플레이션 등 경제효과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일부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연구개발(R&D)투자 세액공제율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소기업의 R&D 투자 세액공제율은 25%에 달한다. 반면, 중견기업은 8~15%, 대기업은 0~2%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R&D를 시도했을 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중소기업이 성장을 모색할 수 있는 여건도 개편한다. 중소기업 기준을 넘어도 세제상 중소기업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는 유예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기업공개(IPO) 중소기업은 2년간 추가 유예기간을 부여해 총 7년까지 중소기업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유예기간이 지나 중견기업에 진입한 기업에 대해서는 최초 3년간 높은 R&D‧투자세액공제율을 적용해 기업의 성장유인을 제고한다.
경기도 화성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그간 중소기업계에서는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인근 중소기업들은 성장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었다”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연장한 이번 대책에는 기업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견기업 기준을 충족한 이후 다가올 충격을 완충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도 성장 의지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생 개념도 확장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그간 대기업의 시혜적 협력 틀에서 벗어나 대·중소기업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상생형 공급망 혁신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개별기업 단위의 ESG 전환이 아닌 대기업·협력기업 간 공급망 전체의 ESG 혁신을 유도한다.
현재 시행 중인 납품대금 연동제도 상생의 한 축을 담당한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제품의 주요 원재료(비용이 하도급 대금의 10% 이상인 원재료) 가격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정한 비율(10% 이내)보다 큰 폭으로 변동할 경우 그에 연동해 대금을 조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합의를 통해 수‧위탁 기업의 상생을 견인하는 만큼,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비췄다. 경기도 소재의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그간 대기업과 거래하면서, 반기 및 연간 계약을 펼쳤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응하지 못하고 손해를 입는 일이 빈번했다”면서 “연동계약으로 전환한 이후 해외 상황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에도 손해를 보는 일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지속성을 이어가기 위한 기반도 강화된다. 현재 중소기업계에는 경영자의 고령화 현상이 발생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제조업 경영자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은 2012년 14.1%에서 2022년 31.6%로 급증했다. 10년 만에 17.5%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폐업 및 매각을 선택하는 사례도 다수다. 자녀에게 기업을 승계하지 못하면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48.6%에 달했다.
한국의 실질적인 상속세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이 55%로 표먼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각종 대책으로 상속세를 면제받는 사례가 많다. 할증이 붙을 경우 60%에 육박하는 한국의 상속세가 사실상 가장 높은 현실이다. 상속세의 정당성도 사라지는 추세다. 과거 상속세율이 70%에 육박한 스웨덴도 지난 2005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중기부는 승계 범위를 가업에서 기업으로 확대했다. 오너일가 외에도 기업을 인수합병(M&A)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기업승계특별법(가칭)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업의 M&A 연결로 지속성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계의 숙원들이 하나씩 해결되고 있다. 경영이 안정돼야 성장알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 개편에 긍정적인 반응이 다수”라며 “다만 아직 세부적인 사항은 개편이 필요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빈틈없는 제도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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