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미현 기자 | 지난 2009년에 도입된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가 규제 도입 취지를 상실했으므로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8일 공시대상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제외)의 경제력집중 정도가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경협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외감기업 전체 자산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인 자산집중도는 2.4%,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집중도는 4.2%에 불과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77.9%는 자산 및 매출액 규모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 수준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도도 낮았다. 2023년 기준 외감기업(2023년 기준 3만9601개) 대비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자산 비중은 2.4%다. 매출액 비중은 4.2%, 당기순이익 비중은 6.3% 수준이다.
대기업집단 전체(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차지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비중 역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대기업집단 전체에서 차지하는 자산 비중은 9.4%, 자본은 9.0%, 부채는 9.8%에 불과했다. 경영성과 측면에서도 매출액은 9.0%, 당기순이익은 10.7% 정도다. 고용인원 비율도 9.6%다.
현행 중소기업기본법상 ‘규모 기준’만으로 판단할 때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 중 77.9%가 중소기업에, 49.1%는 소기업에 포함됐다. 상법에서 대기업이라고 규정하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에 해당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은 전체 1105개 중 48개로 4.3% 수준이다.
아울러 한경협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폐지하면 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가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지배주주와 그 친족이 일정 비율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경우 그 이익에 대해 수혜법인 지배주주와 친족에게 증여세를 과세하고 상법상 회사 기회유용금지 규정으로 인해 회사의 이익, 기회를 개인적으로 가로채 기업에 피해를 준다면 손해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사가 주주 이익에 반해 다른 기업에 이익이 되는 결정을 하면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개인인 이사가 직접 손해배상토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해지면서 대주주에게만 이익이 되는 결정하기 어려워진 점도 일감몰아주기를 막는 요인으로 봤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올해로 37년이 됐을뿐더러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대한 지정도 2009년 이후 15년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외 경제 개방도가 높아지고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규모, 경제력 집중도가 크게 낮은 상황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유지해야할 근거가 없다”면서 “장기적으로 세계 유일의 갈라파고스 규제인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