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마트 등 한류 타고 베트남, 몽골 등 시장 개척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국내 주요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이 한류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업체만이 지닌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 부대비용 상승,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습, 온라인 쇼핑문화 확산, 출혈 경쟁 격화 등 내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 진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주요 25개 유통업체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0.8% 성장한 15조3800억원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유통은 가전·문화(13.2%), 식품(28.1%), 생활·가정(19%). 서비스·기타(54.4%) 등 전 품목에서 호조세를 나타내면서 매출이 22.2% 올랐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매출은 2% 줄었다. 오프라인 품목 가운데 식품(1.7%)과 서비스·기타(5%)를 제외한 가전·문화(-13.2%), 아동·스포츠(-4.5%), 생활·가정(-3.4%) 등 대부분 품목에서 매출이 떨어졌다. 업태별로 대형마트(-6.7%)와 백화점(-2%)은 전년과 비교해 휴일이 하루 줄어든 여파 등으로 매출이 하락했다. 편의점(5.9%)과 기업형 슈퍼마켓(SSM·3.2%)의 매출은 늘었다.
4월 전체 유통업체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은 54%로 전년(49%)보다 5%포인트 증가했다. 엔데믹 전환에 따라 외부활동이 늘어남에도 유통 산업의 중심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알리·테무·쉬인 등 C커머스가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맹공세를 펼치면서 토종 유통업계에 새로운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국내 유통 환경이 어려워지자 오프라인 채널의 시선은 해외로 향하고 있다. K드라마, K팝 등 문화 콘텐츠와 더불어 K패션, K뷰티, K편의점, K마트 등 K산업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
편의점업계는 동남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 축적한 사업 노하우와 현지 특화 전략 등을 접목하는 분위기다. CU는 2018년 몽골, 2021년 말레이시아 시장에 뛰어들어 지난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해외 500호점을 달성했다. 올해는 국내 편의점 처음으로 중앙아시아 국가인 카자흐스탄 1호점을 세웠다.
이마트24는 2021년 말레이시아에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한 이래 현재 50여개 점포를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이르면 이달 중 캄보디아에 1호점도 세울 예정이다.
GS25 역시 베트남과 몽골 등에서 총 56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8년 1월 호치민 지역에 1호점을 개장한 이래 베트남 300호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오는 2025년까지 베트남GS25를 500점 이상 전개해 독보적인 현지 1위 편의점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마트업계도 해외 진출에 역량을 쏟고 있다. 롯데마트는 현재 인도네시아 48개점, 베트남 15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라오스 시장에 진출했다. 향후 10년 안에 라오스 현지에 이마트 20개점, 노브랜드 70개점 개장을 목표로 삼았다. 앞서 이마트는 2015년 베트남 호치민에 매장은 출점한 이래 미국, 몽골 등 60여개 해외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글로벌 매장을 운영하진 않지만 몽골 현지 할인점에 PB(자체브랜드) 상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수출길을 뚫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편의점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편의점 문화가 자리잡은 일본에서 조차 최근 점포 수가 감소하고 있는데, 이와 달리 한국에선 국내 편의점이 5만개를 돌파하는 등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이라며 “인구수 정체와 지방도시 소멸 위기감이 도래하면서 국내에선 더 이상 출점이 힘들기 때문에 편의점 업계 사이에서 한류 세계화 흐름을 탄 글로벌 진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K팝 등 한류 붐이 전세계적으로 불면서 이전과 달리, 국내 오프라인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해도 거부감이 없는 상태”라며 “국내 시장의 경우 변수가 산적하기 때문에 편의점 및 마트업계가 경쟁력을 갖춘 매장을 글로벌 시장에 내세워 또다른 성장 토대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