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근로시간 개편 놓고 이해관계자들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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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근로시간 개편 놓고 이해관계자들 '갑론을박'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4.06.27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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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장시간 근로 해소 공감대
52시간제 유연화·주4일제 이견 커
범사회적 논의 필요···정부 역할론↑
서울 시내 한 빌딩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시내 한 빌딩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근로 시간 및 근무 일수 조정 등 노사 간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유연 근무제와 주 4일제를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 여야 간 견해차가 큰 만큼 합의점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27일 정부 등에 따르면 노사정 대표들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산하에 '일·생활 균형위원회'를 발족하고 지난 21일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일·생활 균형위는 지난 2월 경사노위 본위원회에서 구성에 합의한 3개 위원회 중 하나로, 노사정 추천 위원과 공익위원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근로 제도 개편을 놓고 여러 갈래로 나뉜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겠다는 취지로 꾸려진 일·생활 균형위는 향후 1년간(연장 가능) △근로 시간 단축 및 유연성 △건강권 보호 △일하는 방식 개선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특히 근로시간 문제는 사회적 대화 의제 가운데 가장 갈등이 첨예하고 범국민적으로 민감한 주제로 꼽힌다. 
 
노동계·경영계·정치권에선 장시간 근로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근로 '제도'를 어떻게 개편할지에 대한 입장 차가 뚜렷하다. 노사정이 합의한 의제에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성'이 함께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경영계와 여당에선 현행 주 52시간제(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를 기업과 업종 등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장시간 노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제한된 시간 안에서 최저 근로시간을 생각하기보다 좀 더 넓게 생각해야 한다"며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최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근로시간 유연화를 화두로 꺼내 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장 근무 집계 단위를 연·월·반기·분기별 총량으로 관리하고, 한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한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국민적인 반발에 부딪힌 뒤, 대국민 설문 결과를 토대로 숙의하겠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반면 노동계와 야권에선 근로시간 유연화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는 결국 합법적인 장시간 노동을 낳고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22대 국회에서 '주 4일제'를 향한 입법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상윤 한국노총 정책2 본부장은 "주4일제는 보편적 시간 주권 보장의 맥락에서 노동시간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을 일궈낼 일보전진"이라며 "지속 가능한 사회 실현의 의미와 함께 산업현장을 넘어 모든 사회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 정국에서 주4일(4.5일) 근무제 도입을 당론으로 정하고 노동정책 제1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은 오는 2030년까지 국내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주 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 중인 데 대해 "장시간 노동으로 때우는 시대는 지났고, 주4일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정부는 근로 유연성을 얘기할 게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어떻게 높일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위원장 출신인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주 4일제를 1호 법안으로 발의할 계획이다. 그는 "과거 주 5일제 확대 시행 때보다 주 4일제 도입은 시간을 두고 추진해야겠지만, 국가가 이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 4일제 도입 논의는 개별 노조 또는 기업 단위보다 범사회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고 이때 정부가 조정·지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아이슬란드·벨기에 등 해외에서 주4일제 실험 및 도입은 정부 주도하에 진행됐지만, 한국에선 개별 사업장 단위에서 논의·시행중"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면 제도의 지속성과 법제화 등 노동자의 선택권 보장 측면에서 안정성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노조·기업 단위를 넘어 다양한 행위자들이 논의에 참여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조정 및 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점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와 기업, 정부와 노조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주4일제의 효과를 검증하고 지원하는 방안들이 심도 있게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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