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소비 심리 위축에 기업 패러다임 전환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기업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4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84으로 전년 동기보다 2.4% 올랐다. 올해 초 3% 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안정세를 찾았다고 볼 수 있지만,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8% 상승했고,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달에도 6.5% 증가했다. 신선식품 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1.7% 뛰었다. 신선어개(-1.4%)와 신선채소(-0.8%)는 감소했지만, 신선과실이 31.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63.1%)와 배(139.6%) 등 과일 가격 강세가 지속됐다.
석유류 물가상승률 역시 4.3% 올라 지난 5월(3.1%)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2022년 12월 6.3% 증가한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하는 시기에 금리, 환율 등도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점점 지갑을 닫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으로 꺾이는 시기에도 누적된 고물가로 체감 물가가 높아 내수는 계속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기업은 소비심리 회복을 기다리기 보다는 소비자 시각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면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한가지 제품을 고를 때도 가격, 취향, 실용성 등 다방면을 고려하는 까다로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니즈 파악에 나선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희소성, 독창성, 성장성 등 다양한 요소를 갖춘 블루오션을 찾아 나선 가운데, 눈에 띄는 제품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다. 일명 ‘실험실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이 제품은 탄소를 고압·고온에 장기간 노출해 제조한 것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화학·광학적으로 100% 같은 제품이다.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가 들여다봐도 구별하기 힘들만큼 비슷한 다이아몬드가 가격은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한국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났다. 소매 시장이 발달한 데다 세공이 정교하고 디자인이 다양해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다.
유통가에서 큰 가능성을 보고 있는 분야는 역직구 시장이다. 쿠팡과 G마켓, 큐텐 등 국내 인터넷 쇼핑몰은 해외 제품을 국내에 파는 직구 시장을 넘어 한국 제품을 해외에 내다파는 역직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K-콘텐트와 K-푸드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음에 따라 수요에 한계가 있는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할랄 시장을 겨냥하는 식품업계도 블루오션을 정조준 한 셈이다. 이슬람 문화는 국내에서 아직 많이 알려져있지 않지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각각 전국민의 65%, 87%가 이슬람 교도다. 할랄 식품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8년 1조3690억 달러(약 1800조원)에서 연평균 6.3%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1조9720억 달러(약 2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시아와 중동에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식품 회사들은 국내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을 수출하거나 현지에 생산 시설을 설립하는 추세다. 정부차원에서도 할랄 시장을 중요한 수출 시장으로 보고 식품, 화장품, 의약품 등 할랄 관련 주요 상품을 발굴·육성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모지를 개척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사업이다”면서도 “불모지라는 말은 다르게 말하면 블루오션이라는 뜻이다. 내수 소비가 회복이 되지 않는다고 손을 놓기 보다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거나, 국내 기업이 많이 진출하지 않은 해외로 뛰어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