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정부가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가운데 또 다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이 등장했다. ▲정책자금 분할상환 지원대상 확대 및 최대 5년까지 기간연장 ▲5조원 규모의 전환보증을 신설해 보증부 대출 만기 연장 ▲저금리 대환대출 지원대상 확대 등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정책자금 상환연장의 경우 지원 대상을 사업경력 3년 이상, 대출 잔액 3000만원 이상에서 업력과 대출잔액 기준을 폐지하고 연장시 적용하는 금리를 기존 이용금리 +0.2%p로 적용한다. 기간은 최대 5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5조원 규모의 전환보증제도는 지역신보 보증부 대출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이 대상이다. 대출 상환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하기 위해 소상공인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 받을 수 있고 저신용자는 산출보증료율에서 0.2%p를 인하받는다. 은행·비은행권의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대환하는 프로그램 참여 요건을 완화해 4.5% 고정금리, 5000만원 한도를 10년 분할 상환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그밖에도 외식업계 농산물 구매자금 융자금 인하, 저신용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 대상 기준 상향 등을 통해 추가적인 정책 자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장황하고 희망차게 해당 정책이 등장했지만 필자는 기시감을 지울 수 없다. 해당 정책을 발표하기 약 6개월 전인 지난 1월 정부는 2000만원 이하 연체를 상환한 개인 대출 및 개인사업자 차주의 신용 사면을 실시했다. 4% 금리를 초과하는 이자를 납부한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에게 해당 규모 만큼 이자를 환급하겠다는 내용도 같은 달 발표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6개월 만에 재차 등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해당 계층에 대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필자가 지적한 대로 현금 중심의 지원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 관련기사 : “국민행복기금을 아시나요?”>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으로 이들의 이자 부담이 늘었고 인건비, 임대료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이번에 25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종합대책을 마련해 포퓰리즘적인 현금 나눠주기식이 아니라 도움이 절실한 소상공인들에게 맞춤형으로 충분한 지원을 펼치고, 구조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했다.
윤 대통령이 포퓰리즘이 아닌 맞춤형 현금 지원이라고 강조했지만, 현금 지원은 현금 지원이다. 25조원 규모의 맞춤형 현금 지원을 실시한 것에 멈춰서는 안된다. 해당 지원과 함께 ‘대출 차주들의 금융권 용이한 이동’이라는 추가 지원이 필수적이다.
재차 지적하는 얘기지만 자격이 충분한 2금융권 대출 차주들의 1금융권 이동을 좀 더 쉽게 만들어야 한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신용등급과 같은 정량적인 수치보다 관공세, 통신비, 소비 패턴 등 정성적 수치를 좀 더 활용한 평가 체계 도입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이미 국민행복기금을 비롯해 수많은 사례가 단발성이 짙은 현금 지원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을 증명해왔다. 현 정부가 6개월 만에 다시 해당 계층에 대한 지원을 발표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제부터라도 단발적인 현금 지원이 아니라 중장기를 내다본 건실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 마련에 힘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