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저출산으로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숙련된 기술을 지닌 외국인력을 정주시키기 위한 이민정책 전환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 ‘독일·일본 이민정책으로 본 한국 이민정책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숙련된 인력의 취업과 정주를 위해 이민 문턱을 낮춘 독일은 인구구조 고령화 속도를 늦췄다. 저숙련·비정주 정책을 펼친 일본도 한계에 봉착한 채 뒤늦게 개선에 나섰다.
2005년 독일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되자 ‘거주허가 및 정주법’(이민법)을 제정해 정주형 이민정책을 시행한다. 2012년엔 전문인력인정법, 2020년엔 기술이민법을 도입했다.
취업비자 발급대상 확대(대졸자→직업교육수료자와 전문경력자) 및 비EU 출신 미숙련기술인력 문호 개방(직업교육 제공 등), 독일사회 정착유도(교육 및 실업수당 제공 등) 정책도 실시했다.
독일이 숙련된 기술을 지닌 인력과 정주 중심 이민정책을 펼친 결과 인구 충격 속도는 늦춰졌다. 2000년부터 2022년 사이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68%에서 63.6%로 감소하는 데 그쳤다. 고령화율은 16.4%에서 22.4%로 6%P 증가에 그쳤고 출생률은 1.38명에서 1.53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독일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민 중 18세부터 65세 비율은 61.2%다. 같은 나이에 속한 이주민은 83.6%로 사회를 젊게 만든 셈이다.
같은 기간 일본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67.8%에서 58.5%로 줄었다. 고령화율은 17.68%에서 29.9%로 늘었고 출생률은 1.37명에서 1.31명으로 떨어진다.
당시 일본은 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하고자 고용 연장 및 여성 노동력, 비정규직 등 국내 인력 활용을 중심으로 대응했다. 산업인력을 메꾸지 못하자 2019년 개호(간호와 돌봄)·농업·건설·조선업 등에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특정기능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6월 14일엔 출입국관리법과 난민인정법을 개정해 이전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외국인력 확보를 위한 ‘육성취업지원제’를 도입해 반등을 꾀하는 중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본부장은 “최근 정부가 단순인력과 숙련인력 도입을 확대하고 외국인력 관리체계를 통합 및 일원화하는 등 개선에 나서고 있으나, 정책 방향이 인력난 해소에만 맞춰져 있어 한계”라며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한 노동력 유입을 위한 정책에서 벗어나 사회적 통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흥종 고려대 특임교수는 “사람이 움직이는 이민에서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은 해당 문제를 해소할 순 있을지언정 이주민과 그 후손이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주 여건을 바꾸지 않으면 인구 증가나 국토 발전을 위한 정책의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