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비자 분쟁 발생…“악순환 고리도 지속”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경제계 곳곳에서 ‘슈링크플레이션’과 ‘그리드플레이션’이 관측되면서, 물가 인상에 따른 도미노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간 발생한 물가상승률이 안정화 단계에 돌입했다. 물가 상승 여파로 오른 가격을 두고 논란이 심화되는 추세다. 물가가 안정화됐으니, 가격도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향후 물가상승에 따른 분쟁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산업계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과 그리드플레이션이 주목받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다. 제품의 가격은 유지하면서 크기, 용량 등을 줄이는 현상을 뜻한다. 사실상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와 다를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리드플레이션도 물가상승에서 시작된 용어다. 그리드플레이션은 탐욕(Greed)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원재료 등의 고정비가 하락했음에 불구하고, 주요 제품의 가격 인하가 없는 현상을 의미한다. 물가 안정화 현상이 발생해도 가격 변동을 고려하지 않아 일부 기업이 특혜를 보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두 현상은 물가상승 시기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물가상승이 둔화되는 시점부터 부각된다.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는 구조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가 높을 경우 최저임금도 상승한다. 임금 변동이 발생하면, 기업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또 다시 인상을 결정한다. 결과적으로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그간 침체된 소비심리도 안정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100.9(100=2003~2023년 장기평균)로 전달보다 2.5포인트 올랐다. 지난 5월 환율과 유가 상승 우려 등으로 98.4로 떨어졌지만, 4월까지 기준선을 웃돌았다. 100을 넘으면,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향후 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0%로 전월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1년간 체감 물가상승률(물가 인식)은 3.7%로 0.1% 하락했지만,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5월 2.7%)과 한은은 물가 목표 수준(2.0%)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 전반에 걸친 분쟁을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 실질임금이 떨어진 소비자는 임금 인상을 외칠 수 있다. 실제 산업 간 분쟁도 관측된다. 건설업계는 착공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발생했고, 현재 자재 가격의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 식품업계를 향한 정부의 감시도 강화도 이뤄지고 있다.
건자재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의 여파는 현재 경제‧사회 전반으로 확산됐고, 현재 후폭풍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어느 한 집단에서 양보해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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