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환불하라는데 받은 적 없는 돈을 어떻게 줍니까”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사태가 심각성을 더해가는 가운데 위메프‧티몬 판매자(셀러) 피해자들이 모여 2분기에 무리하게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조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위메프‧티몬 판매자 피해자 모임(이하 판매자 모임)은 28일 오후 서울 강남 역삼동에서 모여 대책회의에 나섰다. 위메프와 티몬에서 대금을 받지 못한 30여명의 판매자들은 이곳에서 기자들을 만나 “5월에서 7월 사이에 역마진 쿠폰을 뿌리면서 평균적으로 1년간 벌어들이는 매출이 2달 만에 나왔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양곡판매업을 하는 최모 씨는 기자들 앞에 서서 떨리는 목소리로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공통적으로 5‧6‧7월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음을 확인했다”며 “이 시기에 위메프와 티몬에서 공격적으로 매출을 유도한 것이 나스닥 상장을 미끼로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최 씨는 “저희는 위메프나 티몬에 판매를 하지 않던 셀러인데, 티몬과 위메프가 5‧6‧7월에 공격적으로 마이너스쿠폰을 붙이면서 입점하게 됐다”며 “티몬과 위메프는 플랫폼 비용이 높아 저희 같은 저마진 업체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지원과 플랫폼의 지원으로 입점했더니 티몬과 위메프가 자사 이익을 포기하고 엄청난 할인을 제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엠디에게 쿠폰을 왜이렇게 많이 뿌리냐고 물었더니 나스닥 상장을 위해서 매출 볼륨을 올려야한다고 말했다”며 “나스닥 상장할꺼니까 그렇다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5월 대금이 들어와야 할 7월에 들어오지 않더니 갑자기 부도위기라며 이 사태가 벌어졌다. 이 비정상적인 상황은 애초에 나스닥 상장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판매자 모임은 구영배 큐텐 대표의 도주를 막기 위한 출국금지와 수상한 상황 속에 엄청난 수익을 올린 6‧7월 판매 대금에 대한 소명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판매자들이 당장 무너질때의 경제적 파급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긴급 자금 대출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온라인 쇼핑으로 지난 25년간 명품 및 잡화를 취급해 왔다는 박모 씨는 “정부에서 여러 대책을 말씀하시는데, 무엇이든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금 여기 있는 업체들이 줄도산하면 연쇄적으로 제조업체, 수입업체, 은행, 또 이 종사자의 가족들이 줄줄이 피해를 입는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에서 저희 빚을 갚아달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티몬‧위메프와 연계를 해줬으면 당장 부도는 막아줘야한다”며 “큐텐 글로벌에 입점된 셀러가 약 6만여개다. 지금은 초대형, 대형, 중형 셀러들이 타격을 입었지만 소형셀러까지 무너지기 시작하면 소비자 물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호소했다.
현장에는 30여명의 판매자만이 모여있었지만, 이들은 단체 대화방을 마련하고 실시간으로 소통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책을 세울 희망도 놓아버린 판매자들에 대한 걱정을 놓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판매자 김모 씨는 기자에게 “저는 이 분 죽을까 너무 걱정”이라며 다른 판매자와의 대화 내용을 보여줬다. 대화에서 다른 판매자는 삶을 포기했다, 의지를 잃었다, 희망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평상시 매출이면 돈 좀 뜯겨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가 공격적인 쿠폰 발행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매출을 발생시켜놓고 잠적하니 단체 대화방이나 현장에 찾아오지도 않고 모든 것을 놓아버린 판매자가 많다”며 “소비자들은 물건을 못 받았으니 돈이라도 내놓으라고 연락이 오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홈페이지상에서 환불 버튼은 사라졌고, 저희는 아직 대금도 못 받았다. 돈이 있어야 내줄 것 아니냐. 이러다 셀러들 사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나올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