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채 상병' 입장 표명 압박…당내 이견은 부담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내부 인선과 야당발 쟁점 법안 협상 등 여러 과제를 받아들었다. 당 정책위의장 교체·유임을 두고 계파 간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여야 간 합의도 시급한 상황이다. 두 현안 모두 당내 이견이 큰 만큼 이를 원만히 봉합, 추진하는 '한동훈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3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30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한 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이 사람 저 사람 폭넓게 포용해 한 대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당 대표가 알아서 잘 해달라"고 말했다.
인선과 관련한 윤 대통령 발언은 친윤계로 분류되는 정점식 정책위의장 교체를 놓고 당내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나온 만큼 주목된다. 유임·교체 여부에 따라 최고위의 친한계·친윤계 비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한 대표가 각종 입법과 정책 수립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정책위의장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 당내에서는 이를 두고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친한계는 신임 당 대표가 취임한 만큼 기존 임명직 당직자들은 일괄 사임하는 것이 관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친윤계는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가 임명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정책위의장을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친한계인 서범수 사무총장이 이날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를 요구하면서 한 대표가 정책위의장 인선에 대해 '교체'로 가닥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한 대표는 이날 오후 당사에서 주말 개최 예정인 고위당정협의회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정 정책위의장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거취 문제도 논의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책위의장을 친한계 인사로 채우면 최고위는 한 대표를 비롯해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과 새 지명직 최고위원, 새 정책위의장 등 6명이 우군이 된다. 이 경우 추경호 원내대표와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 등 범친윤계 최고위원들과 각을 세우게 될 수 있다. 때문에 친윤계 반발을 어떻게 수습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도 과제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을 두 차례 발의했지만,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재표결에서 좌초된 바 있다. 다만 두 번째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여당 이탈표를 확인하면서 한 대표와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 민주당은 여당이 주장하는 '독소 조항'을 뺀 대안으로 국민의힘 추가 이탈표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당 대표 출마 당시 공약한 제3자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 발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선(先)수사 후(後)특검' 입장을 고수하는 대통령실과 친윤계 설득 작업도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8월 채 상병 특검법 재발의를 예고하면서 한 대표의 결단을 재촉하고 있다. 한 대표가 취임 당시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만큼 채 상병 특검법 '찬성 여론'과 당내 반대 의견 절충 여부 역시 리더십 구축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