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한결 기자 | 정부가 지난 2023년부터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시행했음에도 임금체불액은 올해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상습체불 근절대책은 체불사업주에 대한 사법처리를 중심으로 임금체불 사건처리 절차를 개선한다는 내용이나, 근본대책이 못 된다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제기된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체불액은 1조436억원·체불 피해 근로자는 모두 15만503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체불액은 2204억원(26.8%)·피해 근로자는 1만8636명(14.1%) 증가했다.
지난 2023년 체불액은 1조7846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는데 올해엔 상반기에만 벌써 1조원을 넘어섰다.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로 반기에 임금체불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금 체불에는 경기 부진 등 경제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초로 체불액 2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3년 5월 절정에 이른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상습적인 사업주는 형사처벌·신용제재·정부지원 제한 등의 처벌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1년 동안 3개월분 이상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다수에게 5회 이상 체불한 금액이 총 3000만원을 넘으면 상습 체불로 취급한다.
그럼에도 올해 들어서도 임금 체불이 늘어난 것은 현실적으로 사업주가 지불능력이 없다기 보다는 임금체불 사업주가 제대로 처벌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 2023년 노동부 통계를 보면 올해 1~10월 임금체불을 당한 노동자는 22만명, 규모는 1조45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체불액 규모(1조3472억원)를 넘어섰다. 체불액의 80%는 상습적으로 임금을 떼먹는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다소 미약한 처벌이 문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전부다.
또한 임금이 체불된 노동자들이 사업주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사업주가 시정지시를 이행해 뒤늦게 체불임금을 지급하기만 하면 법 위반 사실이 무효가 된다. 임금체불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범죄인데도 반의사불벌죄여서 노동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사업주는 처벌받지 않는다.
임금체불에 대한 반의사 불벌죄는 2005년 도입됐다. 사용자에게 합의 동기를 제공해 체불임금 청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인데 합의 종용이란 부작용이 빈발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의사 불벌죄 폐지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원론적인 사법처리보다는 형량을 무겁게 해 상습체불 사업주에게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형 사업체 소속 한 근로자는 "정부의 근절대책에도 임금체불이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업체들 사이에 안일한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라며 "노동력을 담보로 해서 사업을 하는데 임금에 대해서 경시하는 풍토가 사업장내에서 만연하고 이를 감독하고 관리해야 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 사업장 같은 경우에도 소규모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계층에서 이런 상황이 많이 발생하지만 겉으로 잘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라며 "정부에서도 근로감독에 대한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여러번 체불한 사업주에 대해 제재 절차가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홍지나 법무법인 마중 변호사는 "임금계약은 개인간 계약인 만큼 완전히 단절하기는 어렵다"며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개입이 쉽지 않아 이 점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임금체불 같은 경우 소멸시효가 3년"이라며 "상법상 채권도 소멸시효가 5년인데 3년으로 하는 것은 단기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소멸시효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