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투쟁 계획 공유…사측 압박수위 높여
“처음겪는 상황에 양측 모두 대결구도 팽팽”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삼성전자 노사의 '끝장 교섭'이 결렬된 가운데 노조가 향후 행동력 강화를 시사하면서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의 손우목 위원장은 1일 오전 서울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떻게 해서든 총파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사측과 집중 교섭에 임했지만 사측은 여전히 노조를 탄압하고 파업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 회장은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올림픽을 참관 중이다.
앞서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지난달 29일부터 3일간 임금 인상과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을 선언했다. 전삼노는 지난달 8일부터 25일째 무기한 총파업을 진행 중이다.
손 위원장은 이어 이재용 회장의 결단을 촉구하며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2020년 이재용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겠다고 했으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면서 "이번 총파업 해결을 위해 이 회장은 무노조 경영 철폐 약속을 지키길 말씀드리고, 직접 입장을 밝히기를 간곡히 전달한다"고 강조했다. 또 '무노조 경영 철폐'와 '임금 교섭' 사안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전삼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장 장악력 강화 △쟁의 기금 마련 △시민단체‧학계‧국회 등 외부 연대 강화 △집단 산재 추진 등 향후 투쟁 계획을 밝히며 장기전을 시사했다. 당장 오는 5일 국회에서 추가 기자회견 개최도 예고했다.
업계의 우려를 키우는 지점은 노사갈등 장기화에 따른 반도체 생산 차질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지난달 31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노조 파업에도 불구하고 고객사 물량 대응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삼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생산공정 중 필름 공정이 돌아가지 않아 1000로트(LOT) 정도가 대기 중"이라며 "이미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삼성전자 노사의 첨예한 대결 구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양측 모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행보가 노사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차처럼) 과거 수차례 되풀이돼 서로 간 교섭 매뉴얼이 있고 일련의 과정이 예측되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양측이 모두 경륜이 없는 상태에서 '한번 밀리면 끝까지 밀린다'는 위기의식이 있다"며 "사측의 노조 길들이기와 노조의 본때를 보여주자 식 행보가 갈등의 고무줄을 더 팽팽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삼노의 교섭대표 노조 권한은 오는 5일 만료된다. 6일부터 다른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전삼노는 쟁의권을 잃게 된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 전삼노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3노조 '동행노조'가 교섭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전삼노 측은 "동행노조의 이의 제기가 있더라도 2025년 임금교섭이 도래하고 있어 3~4개월 권한 획득 과정에서 잠깐 쉬는 것 정도"라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총파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삼노는 사측에 △노조창립기념일 유급 휴가 부여 △노조원 추가 0.5% 임금인상 △성과급 산정기준 개선 △노조원 200만원 상당 복지 포인트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사실상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안을 냈지만 노조가 추가로 요구한 '200만 포인트' 지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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