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등 반도체 기업 주가도 ↓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올해 2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기업 60%의 주가가 오히려 약세를 보여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대형주나 AI(인공지능) 관련주 등이 꼽힌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제시한 곳은 106개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영업이익이 증권사 컨센서스를 웃돈 기업은 57개사(53%)였고 컨센서스를 하회한 기업은 49개사(46%)였다.
2분기 실적 시즌이 국내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실제 주가 흐름이 실적과는 정반대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호실적을 나타낸 57개사 중 34개사(59.6%)는 주가가 떨어졌다. 각 기업의 실적 발표가 나오기 직전 거래일의 종가와 지난 2일 종가를 비교했을 때 기준이다.
시장의 기대를 가장 크게 뛰어넘은 기업은 한화시스템으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 798억원을 내 컨센서스(443억원)를 80.2% 웃돌았다. 그러나 한화시스템은 실적 발표 이후 4일 만에 주가가 13% 떨어졌다. 실적 발표 당일인 지난달 30일에는 5.9% 급락했고, 다음날인 31일 코스피 지수가 1% 넘게 올랐던 상승장에서도 주가는 7.8% 추가 하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상회했으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다음날인 31일 하루에만 주가가 9.5% 급락했다. 지난달 15일부터 방산주가 '트럼프 수헤주'로 부상하며 이미 강세 랠리를 펼쳤던 만큼 실적 개선이 되레 차익 실현의 타이밍으로 여겨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영업이익을 낸 반도체 종목도 주식 시장에서는 웃지 못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미반도체는 실적 발표 후 현재까지 주가가 각각 6%, 17%, 15% 내렸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 당일인 지난달 25일 8.8% 하락했다. 급기야 지난 2일에는 10.4% 내리면서 13년 만에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상반기 가장 뜨거웠던 섹터가 반도체 종목이었던 만큼 실적이 '생각보다 많이' 잘 나왔어야 했다"며 "많은 투자자가 호실적을 예상하고 있었던 점도 이미 주가에 반영이 돼 있다"고 분석했다.
상반기를 주도한 인공지능(AI) 열풍이 다소 시들해진 점도 하락을 부추겼다. AI 수혜주인 LS일렉트릭은 호실적 발표 이후 일주일 새 35% 급락했다. 지난달 25일 실적 발표 당일에는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하며 하루 만에 17.1% 급락했다.
한편, HD현대중공업·HD한국조선해양·HD현대미포·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 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NH투자증권 등 금융업은 실적 발표 후 주가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