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개발 완료 양산 준비 들어가
삼성SDI는 현재 유일한 공급 업체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배터리 폼팩터(형태) 중 하나인 각형 배터리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일제히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각형 배터리 개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고객사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 3분기부터 각형 배터리를 본격 양산해 글로벌 배터리사 중 처음으로 파우치형과 원통형, 각형 등 3종 폼팩터를 생산할 예정이다.
SK온도 지난해 초 각형 폼팩터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준비에 나섰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각형 폼팩터의 기술 개발은 완료된 상황으로, 양산 시기 등에 대해 복수의 고객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현재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실장은 지난달 30일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실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들의 협력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는 형태(폼팩터)에 따라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으로 구분된다. 가장 많이 쓰이는 건 각형으로, 시장 점유율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간 파우치형과 원통형에만 주력해왔고, SK온도 파우치형만 생산해왔다. 이들이 최근 각형 배터리 양산에 뛰어든 이유는 고객사 수요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 안전성이 높고 성능도 준수한 각형 배터리를 선호하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캔에 셀을 넣어 외부 충격에 강하고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파우치형과 달리 가스 벤트(통기구), 단락 차단 등 안전장치가 갖춰져 있어 화재 등 문제가 발생해도 주변 전이가 잘 되지 않는다. 또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유리하다. 다만 상대적으로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게 단점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내 배터리 폼팩터별 사용 비중은 각형이 49%로 나타났다. 파우치형과 원통형은 각각 35%, 16%로 집계됐다. 2019년 각형이 19%, 파우치형이 46%, 원통형이 35%를 차지했지만, 불과 4년 만에 각형의 비중이 30%나 급증한 것이다. 안전성이 향상된 각형 배터리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면 국내 배터리 기업의 영업실적 향상이 기대된다.
한편 한국 배터리 기업은 전기차 일시적 수요 둔화로 실적 부진에 빠진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6% 감소한 195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9.8% 줄어든 6조1619억원으로 나타났다. 삼성SDI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8% 감소한 2802억원, 매출은 23.8% 줄어든 4조4501억원에 그쳤다. SK온은 지난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보인 데 이어 올 2분기에도 4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1조5535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301억원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