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여야가 모처럼 협치 분위기를 내며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매일 으르렁거리기만 하던 국회가 갑자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생경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견 없는'이라는 전제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어쩌면 정치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임에도 그동안 등한시해 왔기 때문에 되레 낯설어 보이는 것이다. 이것이 비극이라 해야 할지 희극이라 해야 할지 단어 선택마저도 헷갈릴 정도다.
물론 여야가 손을 맞잡는 것은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뒤따라오는 씁쓸함은 어찌할 수 없다. 폭염으로 온열 질환 사망자가 발생한 후에야 전기요금 감면을 논의하는 데서 오는 뒷맛이 쓰고, 자영업 줄폐업 위기를 해결하는 데 여전히 정쟁만 일삼는 모습이 더욱 쓰다.
야당에서 들고나온 전 국민 25만원 민생 회복 지원금을 정부와 여당은 반대할 수 있다. 생각하는 문제 해결책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러면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부 여당만의 대책은 있나. 들어본 적이 없다. 대통령실은 25만 원 전 국민 지원이 효과가 없고 위헌적이라고 했지만, 정작 침체된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치는 효능감이 중요한데 지금 국민이 느끼는 정치 효능감은 여야 정쟁 효능감뿐이다.
더 황당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며 내수 진작에 중점을 뒀다는 점이다. 실제 지역의 시장과 가게들을 들러 내수 진작을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이 전통 시장에서 오징어, 보리새우, 아귀채 등 다양한 해산물과 건어물을 직접 구매했다고 하는데 정말 내수 진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까.
윤 대통령은 시장에서 만난 상인에게 "잘 지내셨나"라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반대로 국민은 대통령과 정치권에 "잘 지내고 있나"라고 묻고 싶지 않을까. 국민은 8월 폭염 속 매일이 고통스럽고, 주가 폭락에 매일이 힘겹고, 고물가에 장보기가 매일이 두려운데 정말 당신들은 잘 지내느냐고.
또 묻고 싶다.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매일 여의도 국회에서 터져 나오는 날카로운 말들로 두통에 시달려야 하는 국민의 괴로움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정말 민생만 생각할 때다. 그런 다음에 "잘 지내셨나"라고 물을 자격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