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지지 얻은 해리스, 기업보다 노동자 권익 앞세울 것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미국의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우리나라 핵심 산업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미국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외 자동차, 배터리 기업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경고한데 이어, 바이오 분야에는 바이든 행정부보다 더 강한 보호무역 조치를 실시할 방침이다. 세 분야 모두 국내 기업들의 주요 수익 원천이자, 한국 정부가 밀어주는 핵심 산업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1기 행정부처럼 관세가 통상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해외 기업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모든 자동차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내가 당선되면 이전에 없었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 대선 트럼프 관세정책의 배경과 영향’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한국의 총수출액이 53억달러에서 241억달러 감소하고, 실질 GDP와 경제적 후생이 각각 0.27%에서 0.13%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이 FTA 체결국을 제외한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수출은 약 53억달러에서 77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에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은 약 152억달러 줄고, 제3국에 대한 간접 수출도 70억달러에서 89억달러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의약품 공급망 무기화 우려로 자국 내 생산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시행했지만, 트럼프는 강제성을 부여할 계획이다. 바이든이 제시한 조건은 ‘5년 이내 필수 의약품 원료의 25%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수준인 반면, 트럼프는 모든 필수 의약품을 대상으로 하는 등 규제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대규모 노동자 단체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해 향후 국내외 기업에 대한 노동 규제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전미자동차노조(UAW) 임원 위원회는 해리스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해리스가 대통령이 될 경우 국내 기업에도 노조가 설립될 가능성을 높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기조를 내세워 해외 기업의 현지 생산시설 설립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현지 직원의 노조 결성을 받아들여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대기업의 불법적인 가격 책정에 맞서겠다는 의도를 밝혔으며, 대형 제약회사에 대해서도 가격 억제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독일에 본사를 둔 B제약사 미국 현지 직원은 “미국 정부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현지 기업’의 경제 손실보다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에 더 힘을 실어줬던 사례가 실제 있었던 만큼, 미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은 더더욱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결국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자국내 생산기지를 설립을 강제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자본금이 충분한 대기업은 더욱 성장할 기회가 되지만, 중소기업은 아예 미국 진출 기회조차 차단될 수 있다. 해리스는 친환경 정책을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계승할 것으로 보이며,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대한 공급망 실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하청으로만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