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소부장’ 막대한 투자 나서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한국 중소기업들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환경에서 미국에 대한 집중이 오히려 중국과의 교류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섰다. 이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위험에 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규정은 미국산 소프트웨어와 장비, 기술이 사용된 경우 다른 나라에서 제조한 반도체 장비도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규정이 시행되면, 중국산 원료로 제품을 제조하는 한국 중소기업들은 미국 수출에 큰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도 대비책을 세우는 모습이다. 지난 5월, 중국 국무원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3기 펀드’를 설립했다. 펀드 규모는 3400억위안(약 65조원)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의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대중 수출은 작년보다 14.9% 증가한 114억달러다. 2022년 10월(122억달러)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대중국 수출 회복세가 관측된다. 한국산 IT 중간재 수출이 늘어서다. 특히 반도체는 전체 수출 품목 중 20% 가량을 차지한다. 이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 우리 중소기업의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수출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특히 대중 수출품목 중 20% 가량이 반도체인데 중국이 최근 반도체 기술 자립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다만 중국으로 수출하는 우리 반도체들은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경우도 많다. 또 미국의 제재로 인해 그간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미처 따라오지 못한 부분도 있는 만큼, 현 상황을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국 반도체가 앞서나갈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