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당정 갈등 비화 굉장히 우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둘러싼 여권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친윤석열(친윤)계는 "사면·복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내며 불협화음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김 전 지사 복권 문제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갈등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김 전 지사 복권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미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같은 의사 전달은 지난 8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 결정을 내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전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김 전 지사는 윤석열 정부의 2022년 12월 신년 특별사면에서 5개월여의 잔여 형기 집행을 면제받았지만, 복권까지 이뤄지진 않았다.
한 대표는 김 전 지사가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난 이후에도 범죄 행위 인정은커녕 사과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복권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한동훈(친한)계로 알려진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범죄에 대한 반성 여부'가 사면·복권의 주요 판단 기준이라고 강조하며 반성하지 않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하기도 전에 여당 대표가 선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치권에선 총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촉발됐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갈등 기류가 김 전 지사 복권 문제로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언론과의 통화에서 "올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절차가 현재 진행 중으로,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도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친윤계도 함께 끓어오르는 모양새다. '원조 친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언론에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여당 대표로서 비공개로 대통령실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관행이고 적절하다"며 "언론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또 "당정 간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갈등하는 모습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며 "다시 한번 당정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굉장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여당에선 김 전 지사 복권은 2022년 12월 사면 당시 이미 잠정 결정된 사안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22년 연말 특사에서 김 전 지사를 사면·복권을 함께하려 했으나 총선 영향을 고려해 이후로 미뤘을 뿐, 복권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 대표는 자신이 법무부 장관(사면심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 전 지사의 사면과 복권을 모두 용인했으면서 대표가 된 뒤엔 입장을 바꾼 게 된다. 반한계로부터 '이중잣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김 전 지사 복권 문제가 '윤-한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상황을 관망 중이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원내에선 특별한 입장 없이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에도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대한 당의 입장은 정해진 바 없다"며 "정부에서 검토 중인 만큼 당은 신중히 상황을 주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복절 특사·복권안은 오는 13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