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블랙 먼데이’ 여파로 ‘빚투’(빚내서 주식에 투자)가 대량 청산되며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원을 밑돌게 됐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코스피 및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1268억원으로 집계됐다.
증시 급락 직전이었던 이달 1일 기록한 신용거래융자 잔고 19조5160억원 대비 2조3892억원(12.2%)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만 1조1119억원(월초 대비 10.2%)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줄어들면서 지난 8일 수치는 9조8132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원 아래로 내려온 건 지난 3월 초 이후 5개월 만이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자신의 자금을 일부만 투입하고 나머지는 증권사로부터 대출받아 주식을 매입하는 거래를 뜻한다. 신용융자 잔고가 비교적 큰 폭으로 줄어든 건 증시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담보유지비율 등을 지키지 못해 대량의 반대매매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가에 따라 산정되는 계좌 평가금액 대비 대출금액은 회사가 정한 일정 비율 이상이어야 하는데, 주가가 하락해 이 담보유지비율에 미달하면 투자자는 추가로 담보를 납부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융자금 상환 기일 전이라도 증권사는 임의로 담보물(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데,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신용융자에 의한 반대매매 규모는 공개되지 않지만, 비슷하게 증권사로부터 빚을 내 투자하는 ‘초단기 외상’ 미수거래 반대매매 규모는 지난 6∼8일 3거래일간 777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락 바로 다음 거래일인 지난 6일 미수금 반대매매 금액은 433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영풍제지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폭락 당일인 5일에 전 거래일 대비 5조6197억원이나 급증한 59조4876억원을 기록했다가 8일 55조1217억원으로 줄었다.
종목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많이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가 고점 대비 30% 가까이 빠지자 저가매수 기회로 인식한 것이다.
지난 2~8일 삼성전자의 신용잔고금액은 774억원, SK하이닉스의 신용잔고금액은 341억 원으로 1000억원 넘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