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진학반 유명 입시학원→전국적 확산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정부가 의대 증원을 확정하자 전국 사립학원에선 '초등 의대진학반'을 앞다퉈 개설하는 등 선행학습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특권층으로 통하는 의사직의 등용문인 의대를 향한 관심이 학생과 학부모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16개 시·도내 주요 학원가에서 취합한 '초등의대반' 홍보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 총 89개 학원에 걸쳐 136개 초등의대반이 개설·운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초등의대반을 홍보 중인 학원은 서울이 28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20곳, 대구 10곳 순이었다. 이들 학원은 전국적인 의대반 개설 상황을 전하고 선행학습 연령 하향 추세를 강조하는 등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부추긴 것으로 조사됐다.
적발된 학원 광고들을 보면 '의대 입시 결정적 시기는 초등 4~6학년', '입시 성공은 초등학교부터…초등학교 고학년 위주 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반 개설', '초6 때 고등학교 1학년 수준 형성 가능' 등 자극적인 홍보 문구가 다수였다.
문제는 실제로 교육 당국의 집중 단속에도 불구하고 의대 증원 발표 직후 일선 학원들의 선행학습 기간은 더욱 빨라졌고, 초등 3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선행·심화 학습 유발 또한 성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한 달간 교육부가 실시한 '선행학습 유발 광고 학원 집중 신고 기간'에 적발된 선행학습 '유도·거짓·과장' 의심 광고는 130건에 달했다.
자녀들의 수학·영어 등 주요 교과목 수준이 정규 교육 과정보다 몇 년씩 앞서 나가는 것을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국교육개발원(KEDI) 등 전문 기관에선 선행학습이 학업 성취도와 입시 결과에 별다른 효과를 주지 못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교육계에선 사교육의 선행학습 상품 판매에 관한 법률적인 규제가 없는 현실과 일시적인 단속 및 행정조치만으로 과잉 선행학습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회의원들은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이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비례대표)은 "공교육정상화법에서 학원 등의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제재 조항이 없어 선언적 조항에 그치고 있다"며 '초등의대반 방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내놨다.
이 법안에는 학교급(초·중·고)을 넘어서는 선행 사교육 커리큘럼 운영과 레벨테스트 출제를 금지하는 한편, 선행 사교육 광고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위반 사안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를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