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채용 시 인센티브 등 민간기업 혜택 늘려야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올해 1분기 임금 근로자 일자리가 한 분기 전보다 31만개 늘면서 2년여 만에 반등 폭을 키웠다. 다만 20~40대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 50~60대 위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실질적인 일자리 질은 나빠졌다는 분석이다.
30세 이하 청년층에서 비(非)구직자가 급증한 가운데 일자리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취업을 마다하는 젊은 고학력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양질의 기업 일자리 창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통계청 '1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2052만100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만4000개 증가했다. 일자리 증가 폭은 2022년 1분기 75만2000개로 정점을 찍은 뒤 7개 분기 연속 증가 폭이 줄었다가 올 1분기에 작년 4분기(29만3000개)보다 늘면서 반등세로 전환했고 고용지표도 개선된 것처럼 읽힌다.
하지만 연령대별 변동 현황을 살펴보면 상황은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경제·산업의 중추로 일컫는 20대 이하(-10만2000개)와 40대(-3만2000개)는 감소한 반면 60대 이상(26만3000개), 50대(12만8000개) 등에서 증가했다. 사실상 50~60대 신규 일자리(39만1000개)가 지난 1·4분기 고용 상승세를 이끈 셈이다.
이처럼 고령층이 일자리 증가세를 견인하는 현상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60대 이상 분야별 일자리는 △보건·사회복지(11만개) △사업·임대(3만개) △협회·수리·개인(2만7000개) 등에서 증가했다. 사실상 세금으로 고령층을 위해 만든 보건·사회복지 일자리 등이 늘어난 결과다.
이에 반해 핵심 취업 연령대인 20대 이하의 일자리는 도소매(-1만7000개), 공공행정(-1만6000개), 정보통신(-1만5000개) 등을 중심으로 줄었다. 20대 이하 일자리는 5개 분기째, 40대는 3개 분기째 감소하고 있다.
대졸 고학력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고령 대상 일자리 또는 단순생산직 이외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진 결과다.
통계청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대졸 이상(전문대 포함) 학력을 가진 비경제활동인구는 월평균 405만8000명에 달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만2000명 늘어난 것으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동기 기준 최대치다.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는 '청년층'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 중 청년층(만 15~29세)은 약 15%다. 상반기 대졸 이상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는 59만1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00명 늘었다.
지난달 기준 구직활동 없이 '쉬었다'고 답한 청년(15∼29세) 44만3000명 가운데 일할 의사가 뚜렷한 청년 10만8000명 중 42.9%는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구직을 원하고 있지만 기대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서 쉬었다는 것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학력자 중심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는 결국 저학력자 보다 고학력자의 일자리 미스매치(부조화)가 심하고 그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여전히 좋은 일자리로 통용되는 대기업 지원 쏠림 및 중소기업 비선호 현상은 정부의 정책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부터 비어 있는 일자리 업종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최대 200만원을 지원하는 '일자리 채움 청년지원금 사업'과 작년부터 시행된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중기 취업 청년에 연 최대 720만원 지원) 등을 병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국내외 경제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용동향 점검 및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위한 대대적인 지원이 없다면 청년 실업률 증가는 물론 전반적인 고용의 질 악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을 새로 고용하는 기업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사회적인 고용 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층을 위한 단기적인 공공 일자리 창출보다 민간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청년 고용을 늘리는 기업들에 대한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