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탄핵·상대 당 의원 제명 등 본래 취지 퇴색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보수·진보 진영 간 공세 도구로 전락하며 정쟁의 장이 되고 있다. 현재 거대 양당에 대한 '정당 해산' 청원이 요건을 충족하며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재요청' 청원 등도 올라온 상황이다. 여야 간 대립이 국민 청원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민동의청원과 정치권을 오가며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모습이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당 해산심판청구 촉구 결의안에 관한 청원'은 동의수 5만명을 넘겨 소관 위원회인 국회 법사위에 회부됐다. 국회에 제출한 청원은 30일 이내 100명의 찬성을 받으면 국회는 그날부터 7일 이내에 청원 요건 검토를 한다. 청원 요건에 적합한 경우 청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이후 30일 이내 5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청원은 접수, 소관 위원회 등에 회부된다. 현재 해당 청원은 오는 28일까지 동의할 수 있다.
청원인은 해당 청원에서 "공정과 상식이 붕괴되고 오죽하면 '유검무죄 무검유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법을 갖고 국민을 우롱하는 국민의 정당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정당 해산 청원까지 이르렀는지 냉정히 판단하라"며 "이 모든 것에 주범인 국민의힘 정당 해산을 청원한다"고 말했다.
청원인이 밝힌 국민의힘 정당 해산 이유는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과정 시 범죄 암시·폭로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정당 △윤석열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묵인' 등 일본과 관계 옹호·협력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정치적 대응 △법사위 청문회 시 집단 행동으로 폭행·출입금지 행위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옹호·방해 등이다.
해당 청원은 앞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심판청구 촉구 결의안에 관한 청원'에 대한 '맞불' 성격인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정당 해산 심판 청원은 지난달 22일 5만명 이상의 동의을 받아 법사위에 회부된 바 있다.
민주당 해산과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을 요청한 청원인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경우 정당 해산 사유가 된다"며 "민주당은 그 활동이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하는 경제 질서, 사법권 독립 등에 위배되므로 명백한 위헌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청원 사이트가 진영 간 갈등의 장이 된 것은 앞서 진행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발의 청원이 계기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은 지난달 3일 기준 동의자 수 100만명을 돌파하며 국회 법사위에 회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특히 윤 대통령의 탄핵안 발의 청원의 경우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회고록에서 윤 대통령이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힌 후 급증했다.
이후 야권은 윤 대통령의 탄핵 동의자 수가 100만명을 넘자 민심의 경고라며 '윤 대통령 탄핵 청원' 관련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실제 법사위를 장악한 민주당은 청원인이 거론한 사유 중 '박정훈 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와 '대통령 부부 일가 부정·비리와 국정농단' 등과 관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진영 간 '청원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재요청에 관한 청원'과 정청래 법사위원장에 대한 제명과 제명 반대 청원이 각각 올라와 있다. 이중 윤 대통령의 탄핵안 발의 재요청과 정 위원장 제명 청원은 동의수 5만명을 넘어 소관 위원회에 회부, 국회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