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신기술 인력 부족 현상 관측…여력 부족 中企 지속성 확보 난관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신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인력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인재 부족 현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산업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신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 속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정된 인력을 두고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인력들을 교육하는 방법도 한계가 있다. 정부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불씨가 몸집을 키우고 있다. 기존 산업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넘어 정보기술(IT) 중심의 생태계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는 뜻이다. 신기술을 선점해야 세계 무대에서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각 국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신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챗GPT의 등장으로 AI산업의 가치가 상승했다. AI는 각 분야별 산업에 맞춤형으로 적용 가능한 특징을 가졌다. 제조업뿐 아니라 건설, 통신, IT, 의료 등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산업 구분이 적은 만큼, 잠재력도 풍부하다.
기업들도 AI의 잠재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SK그룹은 글로벌 AI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200조원(15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오는 2030년에는 1800조원(약 3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AI가 향후 산업 지형도를 좌우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신산업의 가치가 오르는 한편, 중소기업의 신기술 인력 수급은 어려운 형편이다. 통계청의 ‘KOSTAT 통계플러스 2024년 봄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4차 산업혁명 신기술 중 한 가지 이상을 도입한 기업의 비율은 종사자 수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서는 24.5%였다. 반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는 12.1%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AI 기술 도입 비율은 300인 이상 기업은 9.2%로 조사됐다. 300인 이하 기업은 2.9%에 불과해 3배 이상의 차이를 나타냈다. AI와 연결되는 로봇 분야에서도 300인 이상 기업은 4.7%, 300인 이하 기업은 1.2%로 3.5%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클라우드 컴퓨터 기술의 경우 300인 이하 기업에서도 도입률이 5.1%로 높았지만, 300인 이상 기업의 비중(12.1%)보다는 현저히 낮았다.
AI 인력 부족 현상도 중소기업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AI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산업군에서도 전반적으로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2023년 인공지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AI 기업 2354곳 중 81.9%가 AI 인력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부족 인원은 8579명에 달하며, 3년 전(1609명)보다 5.3배 증가한 수치다.
작년 기준 국내 AI 인력 수요는 5만1425명으로 3년 전(1만4736명)보다 3.5배 증가했다. AI 관련 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상황이다. 대부분 산업군에서도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AI를 주력으로 삼는 기업들도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산업군에서 종사하는 인력뿐 아니라 경쟁력 자체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국가전략기술 R&D 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AI 연구자 수는 2만1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연구 인력을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해서 볼 수는 없지만, 양적인 요소도 결국 경쟁력의 일환이다. 한국의 AI 연구자 수는 미국(12만명), 중국(41만1000여명), 인도(19만5000명) 등 3대 강국보다 뒤쳐진다.
AI 관련 스타트업 관계자는 “미국이 세계 AI 시장에서 최강국으로 수성하는 이유는 양적수치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높은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정부 및 기업의 투자와 인력의 균형이 맞춰져야 선순환적인 생태계가 구축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일반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현재 중소기업 부족 인원은 약 50만명에 달한다. 고질적인 인력난과 고령화가 맞물려 신기술 인재 채용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고령화된 인력일수록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기술 교육이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젊은 인력은 줄고, 기존 장년층 직원들을 교육해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새로운 장비와 서비스를 도입해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군포시의 한 중소제조업 관계자는 “최근 자동화 생산장비를 도입했다. 현장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AI 관련 인력을 뽑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해당 기술을 보유한 인재들은 터무니 없이 높은 몸값이 책정돼 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속한 직원들보다 더 많은 연봉을 지급해야 하기에 채용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신산업 생태계 전환 흐름 속에서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AI 등 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반드시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몸값을 지불하는 것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뒤쳐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투자가 늘어도 관련 인력의 숫자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국내 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은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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