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배터리 관련 업체들의 차입금 의존도가 크게 늘어났다. 석유화학 업체들도 설비투자(CAPEX) 확대에 따른 차입금 증가와 업황 부진이 겹치면서 차입금 의존도가 증가했다.
28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3년 기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2022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반기·사업보고서를 모두 제출한 279개 기업(금융사 제외)을 대상으로 차입금 규모와 의존도를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올해 2분기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28.0%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4분기 대비 0.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차입금 의존도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 대비 차입금 비중을 의미하는 것으로, 차입금을 총 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차입금 의존도가 올라가면 금융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해 2분기 조사 대상 기업의 총 차입금 규모는 1040조9461억원으로, 같은 기간 110조688억원 늘었다.
기업별로는 2차전지 업체인 엘앤에프의 차입금 의존도가 2022년 4분기 30.1%에서 올해 2분기 61.7%로 가장 높은 상승폭(31.6%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어 신세계건설(10.9%→36.6%), 코오롱글로벌(18.2%→43.4%), 에코프로비엠(28.1%→47.3%), SK케미칼(18.4%→33.4%), 포스코퓨처엠 (32.0%→46.9%), SGC E&C(15.7%→29.4%), 씨에스윈드(26.8%→39.9%), 에코플라스틱(27.7%→39.3%), 한화솔루션(34.8%→45.8%) 순으로 상승률이 컸다.
특히 배터리 소재 관련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 확대가 두드러졌다. 공장증설 등 대규모 설비투자를 위한 차입금 규모를 늘렸지만, 전기차 캐즘 여파로 실적개선이 둔화돼 이를 만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SK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 업체들도 공급과잉과 수출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비화학·친환경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를 늘리면서 차입금 의존도가 커졌다.
반면 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크게 낮아진 곳은 SK쉴더스(61.0%→2.2%)로 조사됐다. 이어 SK네트웍스(53.1%→28.5%), SK인천석유화학(55.7%→35.4%), HD현대삼호(19.8%→1.0%), CJ CGV(75.8%→57.8%), 현대로템 (24.0%→8.6%), 화승코퍼레이션(56.8%→45.4%), 한솔테크닉스(38.2%→27.8%), 롯데건설(41.6%→31.3%), 티웨이항공(39.2%→29.2%) 순으로 하락률이 컸다.
올해 2분기 기준 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높은 기업은 효성화학(79.4%)으로 조사됐다. 이어 한국가스공사(70.6%), SK렌터카(70.4%), 팜스코(69.3%), 롯데렌탈(64.9%), HD현대케미칼(64.8%), 도이치모터스(64.2%), 롯데글로벌로지스(62.1%), 엘앤에프(61.7%), GS E&R(59.8%) 등이 뒤를 이었다.
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낮은 기업은 세메스(0.1%)였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0.3%), 포스코DX(0.6%), 오리온(0.6%), 한전KPS(0.8%), HD현대삼호(1.0%), LX세미콘(1.3%), 강원랜드(1.3%), 에스원(1.4%), 삼성E&A(1.5%)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업계의 차입금 의존도가 2022년 4분기 30.2%에서 올해 2분기 34.7%로 4.5%포인트 상승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어 IT전기전자(12.8%→15.3%), 공기업(48.3%→50.2%), 철강 (23.0%→24.3%), 통신(31.8%→32.2%)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