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선 민심 ‘의료대란’ 위기 불거지며 尹 지지율 급락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의대증원 계획은 한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견인차, 또는 치트키로 불렸다.
전공의 대규모 사직 이후 의료공백으로 전국 곳곳의 응급실 파열음으로 의료대란 위기가 크게 번지면서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민적 불안이 크게 고조되면서 의대증원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시한폭탄으로 변모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국회 예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의료대란과 관련 "의료시스템이 붕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1만명 가까운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데서 출발했다"며 "국민의 불안은 중증 환자와 난치병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대증원 포함 의료개혁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도 "어려움은 있지만 응급진료는 유지가 가능하다"며 "정부가 증원 규모 2000명을 주장하진 않는다. 의료계가 합리적 대안을 가지고 오면 얼마든 대화 가능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대통령실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대통령실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 없이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사고가 늘었다는 주장은 응급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 또 불필요한 국민 불안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항변했다.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 기자회견에서 "종합병원 등을 가보라.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는 입장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현 정부가 지난 2월 연간 2000여명의 의대증원 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여론은 압도적인 지지를 나타냈다. 같은 달 22일~23일 한국갤럽이 성인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대정원 확대지지 의사는 76%, 반대는 19%였다.
심지어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찬성이 66%였다. 비슷한 시기 리얼미터 조사의 경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를 웃돌았다. 2020년 400명 규모 의대증원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집단 파업에 나선 의료계에 대한 국민적 반응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은 의료대란에 대한 전국민적인 위기감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은 급락 추세다. 한국갤럽이 지난 27~29일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23%로 직전 조사 대비 4%p 하락했다. 총선 참패 후 최저치로 의료대란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수치다. 응답자들이 꼽은 하락 요인도 경제·민생·물가(14%) 이어 ‘의대정원 확대(8%)’, ‘소통 미흡(8%)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대통령실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 나가겠다"며 관망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고 고집을 피울 때가 아니다"라며 여야와 의료계, 정부를 포괄하는 비상협의체 신설을 제안했다. 지난 2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사회적 대타협기구 구성과 맥락이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