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대 최대규모 지원에도 한숨…해외 여건 악화 변수도 우려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숨통을 조인 대출 부담은 줄었지만, 여전히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바닥을 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기가 침체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책을 마련해도 경제적, 심리적 압박이 심하기 때문이다. 대외적인 여건도 요동치고 있어 현실적인 회복 기대감은 없는 실정이다. 최근 경기전망이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모양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경기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코로나19 사태부터 발생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편, 계속되는 경제위기 여파로 반등을 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현재 지속되는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가 계속해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옥죄고 있다. 경기 회복시기까지 버틸 여력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대출 규모는 늘어나는 추세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8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659억7202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5648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잔액은 163조1513억원으로 1조782억원 상승했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충격을 적게 받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출 잔액이 증가하면서, 연체율도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이 전년 대비 0.07%포인트 상승했다. 그간 발생한 대출을 상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중소기업 채권이 부실하다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은 14조4000억원으로 전분기말(13조4000억원) 대비 1조원 증가했다. 이중 2분기 신규 발생 부실채권을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5000억원)은 전분기(3000원) 대비 0.2조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중소기업(4조5000억원)은 전분기(2조8000억원) 대비 1조7000억원 늘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채권이 부실 비중이 큰 셈이다.
정부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부채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을 공급한다. 정부는 대출 39조100억원, 보증 3조9500억원 등 신규자금 42조9600억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추석의 자금공급 목표인 42조7300억원보다 2300억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2조7000억원 상당의 매출채권을 보험으로 인수해 중소기업의 외상판매 위험을 보완하고, 전통시장 상인에게는 총 50억원의 성수품 구매 대금을 지원한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상환연장제도의 지원 대상도 확대했다. 7% 이상 고금리 대출에 대한 저금리 대환요건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소상공인에게는 변동비 부담도 줄여준다. 소상공인 전기료 지원(최대 20만원) 대상의 조건을 기존 ‘연 매출 6000만원 이하’에서 ‘1억400만원 미만’으로 확대한다. 인건비 부담도 줄이기 위해 음식점업 외국인 고용 허가 기준도 완화한다. 해당 내용들은 추석 이전에 허가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상시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고용·산재보험료 납부유예도 추진한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기대심리는 바닥을 치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한 제조업 관계자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비용 측면에서 긴축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해외 거래처와의 거래도 물류비 부담 때문에 더욱 어려워지는 형편”이라며 “정부가 다방면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실질적인 경기 위기는 여전히 생업 현장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서울시의 한 공구유통점 직원은 “매일 뉴스를 접하면서, 해외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가장 밀접한 건설업 현장에서도 이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원자재를 가공하는 제조업 부문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유통하는 입장에서도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침체에 충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에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 등 해외 경기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주요 원자재 등을 직접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국내 기업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중동 지역의 분쟁까지 이어져 중소기업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여론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전망이 지난 2개월보다 소폭 올라도, 여전히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기업이 대다수”라며 “이러한 여건이 정부의 탓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음에 불구하고 결국 기댈 곳은 정책뿐”이라고 덧붙였다.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